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고 스마트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시대에도 ‘삐삐’(무선호출기)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선호출기 이용자는 5월말 기준 2만300여명으로 나타났다. 1997년엔 이 숫자가 1500만명에 달했었다.
삐삐 사용자 중에는 사업자로부터 보상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폐업하는 사업자가 이용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장비 유지비 등 큰돈이 드는데, 가입자가 줄어들어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사업을 접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폐업한 리얼텔레콤이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 이는 거짓 소문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의사, 간호사, 대규모 공장 근로자 등 업무상 호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전히 삐삐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일한 전국 사업자였던 리얼텔레콤이 자진 폐업하면서 무선호출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수도권 사업자인 서울이동통신 1곳만 남았다. 서울이동통신은 가입자들에게 월정액 1만20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사업자인 서울이동통신은 여전히 사업 의지를 접지 않고 있다. 서울이동통신은 "사업을 중단할 계획이 없으며,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해나가겠다"면서 "망이 노후화돼 현재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단말기도 제작하는 곳이 없어 자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선호출기를 사용해온 사람들은 이런 업체들의 서비스 중단에 대해 아쉬움과 함께 불만을 드러냈다. 광주광역시의 한 가입자는 "20년 이상 사업 목적으로 삐삐를 애용해왔는데 별다른 고지 없이 갑자기 서비스를 끊어버려 화가 났다"며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나 방통위 등에 탄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적자 상태인 리얼텔레콤은 고지서를 통해 폐업을 고지하고 1달간 무료 서비스를 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며 "사업자가 사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폐업한 마당에 이를 보상하는 방안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