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화 국제태권도연맹 총재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최중화 총재가 한국을 다시 찾았다. 2008년, 한국을 떠난 지 34년 만에 귀국한 후 이번이 세 번째다.

최 총재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7월 4일부터 8일까지 충북 청주에서 열린 ITF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고국을 떠난 후 30년이 넘어서 돌아와 세계대회까지 열게 되었으니 그 소감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대회가 치러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 참여하신 태권도인들 모두 고맙다는 마음입니다. 2년 전 귀국하면서 약속했던 첫 번째 것을 이제 지키게 되었습니다. 당시 약속했던 것들을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하나씩 지켜가겠습니다.”

2004년에도 대전에서 ITF세계선수권대회가 개최된 적이 있다. 그 때는 최중화 총재가 참가할 수 없었다. 이번 대회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이번 대회를 통해 ITF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이미 돌아오기 시작했지요. 한국에서 시작된 태권도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ITF가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2002년 ITF의 창시자 고 최홍희 총재가 사망하고 나서야 국내에 ITF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최홍희 총재 사망 이후, 잘 알려진 것처럼 ITF는 크게 3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번에 대회를 연 최중화 그룹, 북한을 기반으로 한 장웅 그룹, 한국인을 배제한 트랑콴 그룹.(이 중 트랑콴 그룹은 지난 1월 총재이던 트랑콴이 아이티 지진으로 현지에서 사망했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트랑콴 그룹을 제 3그룹으로 지칭하기로 한다.)

제 3그룹은 트랑콴 사망 이후 부총재이던 파블로 트라젠버그가 총재 대행을 맡고 조직을 이끌고 있는 상황. 2007년 퀘벡에서 열린 대회를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제 3그룹은 트랑콴 개인의 카리스마로 움직인다기 보다는 서구식의 합리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이를 미루어 짐작할 때, 현재로서는 당분간은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장웅그룹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내지부가 만들어졌고 북한 태권도시범단을 초청하고 세계태권도연맹과 통합논의를 이어가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듯 했다. 당시 현직 국회의원이 국내 지부 회장을 맡으려는 움직임까지 있을 정도였으나 반대여론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국내 지부도 사실상 없어진 상태이며, 세계태권도연맹과의 통합 논의도 중단됐다.

제 3그룹(트랑콴)도 국내에 지부가 활동한 적이 있으나 역시 현재는 활동이 정지된 상태. 개인적인 움직임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ITF는 최중화 그룹이 유일하다.

이른 바 ‘북한 태권도’라고도 불리는 장웅 그룹에 대한 최중화 총재의 생각은 어떨까?

“아버님은 세상 누구보다도 태권도를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자식보다도 더 태권도를 사랑한다고 하는 말까지 나왔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아버님이 캐나다로 망명한 이후, 태권도를 세계에 보급하고 ITF 조직을 이끌기 위해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아버님은 북한을 선택한 것이지요. 결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북한 사람들이 아버님 추모회라는 명목으로 ITF 관계자를 북한으로 불러모았는데, 여기서 갑작스럽게 비상총회를 열어서 장웅을 총재로 세운 것입니다. 이게 과연 합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최중화 총재와 아버지 최홍희 총재와의 사이가 벌어졌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것 아닌가? 태권도를 아들보다 사랑한다는 최홍희 총재가 태권도를 위해서라면 아들 최중화 총재 보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인 장웅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아버지가 북한이 태권도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저와 아버님의 생각에 차이가 벌어진 것입니다. 당시 절차적으로 장웅이 총재가 된 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만의 하나 아버님이 장웅을 지지했다 하더라도 국제조직인 ITF의 총재선출은 규정에 따라서 해야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장웅은 농구선수 출신 아닙니까? ITF에 관여해오지도 않았고, 태권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총재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아버님 생전에 사무총장으로도 있었고, 이미 차기 총재로도 인정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캐나다, 유럽 등에서 있었던 여러 건의 상표법 소송에서 우리가 이겼으며 세계적으로 국제태권도연맹을 대표하는 것은 당연히 우리의 조직입니다.”

ITF는 이번 세계대회 기간 중 열린 총회에서 본부를 한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본부 이전은 어떻게 진행될까?

“간단한 작업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세계대회를 여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것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활동을 해왔고 정리해야할 것들도 적지 않은 만큼 서두르지 않고 준비하겠습니다. 1,2년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최중화 총재는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지만, 함께 자리를 했던 ITF 한국본부의 오창진 사무총장은 이미 서울에 본부 건물을 찾아보고 있으며, 대전과 충청 인근에 본부도장으로 쓸 건물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최 총재는 총재인 만큼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준비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오창진 사무총장의 설명이었다.

ITF에 대해 이단시하는 분위기가 강한 국내에서 과연 ITF가 국내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최중화 총재와 ITF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박성진 태권도조선 기자 kaku6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