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최강의 클린업트리오를 꼽으라면 단연 롯데의 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다. 상대팀에서 느끼는 중압감이 가장 크다. 팬들은 이 셋을 '홍대갈 트리오'라 부른다.

이대호가 26개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홍성흔과 가르시아는 21개로 공동 3위다. 이대호와 홍성흔은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가르시아는 비록 타율(0.263)은 낮지만 한 방의 무서움은 누구보다도 크다.

이런 클린업트리오가 예전에도 있었다. 90년대말을 풍미했던 두산의 '우동수 트리오'가 그랬고,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승엽-마해영-양준혁도 상대투수들에게 식은 땀을 흘리게 했던 역사적인 트리오였다.

우즈와 김동주 심정수로 이뤄진 두산의 '우동수 트리오'는 당시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우즈가 98년 입단하면서 탄생한 '우동수 트리오'는 가장 큰 잠실구장을 쓰면서도 많은 홈런으로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아쉽게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2000년이 그들의 최고 전성기. 우즈는 39홈런에 111타점, 김동주가 31홈런과 106타점을 올렸고, 심정수도 29홈런에 91타점을 기록했다. 3명의 홈런(99개)이 팀 홈런(150개)의 66%를 차지했고, 타점(308타점)은 팀타점(661점)의 46.6%나 됐다 심정수가 2000년 시즌을 마친 뒤 현대 심재학과 트레이드되면서 '우동수 트리오'는 아쉽게 3년이란 짧은 활동 기간 이후 해체됐다.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의 상징은 이승엽(당시 삼성)이었다. 매년 홈런왕에 오르며 2003년엔 아시아홈런 신기록인 56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이승엽도 뒤에 받쳐주는 마해영과 양준혁이 없었다면 홈런 기록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어냈던 이들은 2003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이승엽은 56홈런과 144타점으로 아직도 깨지지 않는 홈런과 타점 최고 기록을 세웠고, 마해영(38홈런, 123타점) 양준혁(33홈런, 92타점)도 그에 못지않은 성적을 올렸다. 3명이 127개의 홈런을 합작한 덕에 삼성은 총 213개의 역대 최다 팀홈런 기록을 만들었다. 이들이 최고의 성적을 올렸지만 팀은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SK에 졌다.

'홍대갈 트리오'는 산술적으로 최종 성적을 예상해봤을 때 '우동수 트리오'와 이승엽-마해영-양준혁 트리오의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당시와 현재의 야구수준과 구장의 크기 등을 고려하면 '홍대갈 트리오'의 파괴력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아직은 예상 성적이지만 타점으로 보면 이승엽-마해영-양준혁 트리오의 성적을 능가하는 페이스다. 홈런 숫자가 적은데도 타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찬스에서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이 역사상 최고의 클린업트리오에 오르려면 그만큼 팀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홍대갈 트리오'가 '우동수 트리오'나 '이-마-양 트리오'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입씨름은 올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