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월드컵때마다 이른바 '월드컵 미녀'가 주목받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땐 미나가, 그리고 2006년 독일월드컵땐 '엘프녀' 한장희가 있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도 '상암동 응원녀','발자국녀','페널티녀','BBC녀','파라과이 응원녀' 등 수많은 월드컵 응원녀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월드컵 미녀를 바라보는 전국민의 시선이 조금 달랐다. 월드컵 응원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역대 응원녀, 미나부터 발자국녀까지

월드컵 미녀의 시초는 섹시가수 미나였다. 당시 가슴부분만 남겨두고 위 아래를 모두 찢은 과감한 패션으로 탄탄한 복근과 늘씬한 각선미를 드러낸 그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2006년 미나의 계보를 이은 응원녀는 '엘프녀' 한장희였다. 온라인 게임의 요정 캐릭터와 흡사한 외모로 '엘프녀'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인기를 모았다. 그가 거리응원 당시 착용했던 실귀고리는 '잇 아이템'이 되며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손수건을 이용한 응원패션 역시 히트를 쳤다.

그러부터 4년 뒤인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월드컵 응원녀의 홍수였다. '상암동 응원녀' 김하율을 필두로 나이지리아 응원녀, 발자국녀, 똥습녀, 페널티녀, BBC녀, 파라과이 응원녀 등 수많은 응원녀들이 등장했다.

월드컵때마다 주목받은 월드컵 미녀의 공통점은 환상적인 얼굴은 물론, 늘씬한 몸매까지 겸비했다는 점이다. 연예인 못지 않은 이들의 비주얼과 월드컵 열기가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미나, 한장희의 성공전략은?

2002년에는 미나가, 2006년에는 한장희가 각각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월드컵이 끝난 뒤 모두 가수로 데뷔했다. 미나는 '전화받어'로 히트를 기록하며 섹시가수란 타이틀을 얻었고, 최근 팀을 무단이탈해 물의를 빚은 한장희는 섹시듀오 폭시로 데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나의 성공 키워드는 '아찔한 첫경험'이다. 2002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할만한 해다.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했으며 4강 진출이란 신화를 일궈냈다. 해외언론도 주목한 거리응원전에서 발견된 섹시한 월드컵 미녀의 존재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분좋은 충격은 관심으로 이어졌고 미나의 성공발판이 됐다.

한장희의 성공 키워드는 '신비'다. '엘프'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분위기와 탱크탑 스타일로 드러난 육감적인 몸매는 순식간에 남성 축구팬들을 엘프녀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신비한 분위기가 매력있다' '요정강림'이라는 등 갖은 찬사를 늘어놓은 바 있다.

▶확 달라진 2010년, 순수녀만 살아남았다

2010년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상암동 응원녀' 김하율은 "연예계 데뷔 의사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지난달 23일 등장한 나이지리아 응원녀는 태극문양의 위 아래가 뒤바뀐 태극기 패션으로 "개념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아르헨티나전의 '발자국녀' 오초희는 '쇼핑몰 홍보를 한다'는 질타와 함께 '상대팀을 지나치게 폄하했다'는 맹비난을 받고 마음고생을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엉덩이가 보이는 옷으로 엉덩이에 습기가 찬다고 해 '똥습녀'등으로 불린 임지영씨는 티팬티를 입은채 시스루 한복치마를 걸친 민망한 노출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반면 칭찬을 받은 응원녀들도 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김남일 선수의 실책으로 인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실점을 하는 순간 이를 안타까워하는 한 여성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귀여운 외모의 이 여성은 '페널티녀'로 불리며 '개념녀' 반열에 올라섰다. 영국 BBC 방송 오프닝 영상에 등장한 BBC녀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볼에 '아이 러브 코리아'라는 앙증맞은 페이스 페인팅을 했으며 탤런트 박민영을 닮은 외모로 찬사를 받았다.

▶순수녀만 살아남은 이유는?

2010년 주목 받은 수 많은 응원녀 가운데 순수하게 경기를 관람하던 이들만 살아남았다.

이런 현상이 빚어진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대중은 월드컵을 이용한 상업적 마케팅 전략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어떤 응원녀가 화제를 모으면 곧 그의 신상이 공개되고 연예인 혹은 지망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공식이 됐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솔직히 옷 한 벌로 뜰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도 손쉬운 홍보전략이다. 욕심내지 않을 기획사는 없다"고 털어놨다. 대중은 이러한 기획사의 속보이는 전략을 이미 파악했다. 박하선, 김하율, 나이지리아 응원녀 등이 응원전에 참여한 뒤 "우연히 응원전에 참여했다 사진을 찍힌 탓에 화제가 되어 당혹스럽다"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월드컵을 이용하지 마라'는 등 비난을 받은 이유다.

과도한 노출 의상, 혹은 개념이 2% 부족한 의상 역시 "국민의 축제에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똥습녀, 발자국녀, 나이지리아 응원녀 등이 대표적인 예. 이에 대해 KBS 2TV '개그콘서트' 동혁이형 장동혁은 "말이 좋아 응원녀지 연예인 지망생, 쇼핑몰 CEO 등 홍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냐. 응원녀 컨셉트는 좋은데 왜 훌러덩 벗고 나오냐. 축구선수도 옷벗고 세리머니하면 경고 먹는데 경고도 없고 경우도 없다"며 일부 응원녀들을 비난했고 방청객들은 뜨거운 호응으로 그의 주장을 지지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역시 "각종 노출녀들이 이번 월드컵 기간에 비난을 받은 것은 월드컵 응원을 빙자해 한번 떠보겠다는 속셈에 사람들이 짜증났기 때문"이라며 "만약 노출녀 성토 시국이 아니었다면 페널티녀의 부각도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시작으로 '○○녀'에 열광하는 문화적 코드가 정착됐다. 이 특수 코드에 맞춰 너도나도 '벗고 덤벼드는' 웃지못할 촌극이 연출됐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은 것은 순수한 열정을 갖고 응원을 보낸 이들이다. '페널티녀'와 'BBC녀'에 대한 찬사는 진정 대중이 열광하는 응원녀는 '응원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그녀'라는 것의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