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정상에 오른 스페인은 각종 진기록을 남겼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 7경기에서 8득점 2실점 했다. 8득점은 역대 월드컵 우승국 중 가장 적은 골이다. 종전 최소 기록은 1994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기록한 11골이었다. 2실점도 2006년 이탈리아, 1998년 프랑스의 최소 실점과 타이 기록이다.

'조별 리그를 치른 뒤 16강 토너먼트'로 경기 시스템이 확립된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16강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한 골 차로 승리한 것도 스페인이 처음이다. 토너먼트 4경기를 전부 1대0으로 이긴 것도 스페인이 유일하다.

월드컵 80년 사상 처음으로 우승한 스페인은 월드컵의 오래된 징크스들도 날려 버렸다. 스페인은 스위스와의 조별 리그 1차전에서 0대1로 무릎을 꿇었지만 '월드컵 첫 경기에서 패하면 우승하지 못한다'는 속설을 깨뜨렸다.

스페인은 또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최초의 유럽 팀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스페인의 우승으로 유럽 대륙은 10번째 정상에 서며 남미(9회)를 앞서게 됐다. 1962년 칠레대회 이후 유럽과 남미가 번갈아 우승을 차지하는 법칙도 2006년 이탈리아 우승에 이어 스페인이 정상에 오르며 깨졌다.

스페인은 축구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징크스인 '펠레의 저주'도 피했다. '펠레의 저주'는 펠레가 우승 후보로 지목한 팀은 도중 탈락한다는 속설이다. 펠레는 대회 개막 전 스페인과 브라질을 우승 후보로 꼽았고, 결승전을 앞두고는 스페인의 손을 들었다. 잇따른 예측 실패로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펠레는 스페인의 우승으로 체면치레하게 됐다.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 우승팀인 스페인은 '대륙 챔피언은 다음 월드컵 정상에 서지 못한다'는 징크스도 깨뜨렸다. 아르헨티나가 1975년 코파아메리카(남미대륙컵)에서 우승하고, 1978년 월드컵 정상에 오른 뒤로는 어떤 팀도 대륙 챔피언에 오른 후 월드컵까지 석권하지 못했다. 조별 리그 2승1패인 스페인이 네덜란드(조별 리그 3승)를 꺾은 것도 1986년 멕시코대회부터 이어진 조별 리그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낸 팀이 결승에서 이기는 징크스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