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악기 '부부젤라'(vuvuzela)를 최초로 제작했다는 인물이 나타났다.
남아공에 사는 프레디 마케(Maake·55)라는 이름의 흑인은, 최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45년 전 자전거 경적을 토대로 내가 만든 게 부부젤라의 시초"라며 "처음에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알루미늄 재질이었고, 이름도 부부젤라가 아니라 렘포로로(lempororo)였다"고 밝혔다.
마케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지난 1965년 형이 내게 통학용 자전거 한 대를 사줬다. 내가 10살이 되던 해였다. 그 자전거에는 아주 큰 알루미늄 경적이 달렸었는데, 끝 부분에 달린 둥그런 공을 떼어내니까 아주 흥미로운 소리가 났다. 나는 그걸로 동네 축구 시합에 가서, 우리 팀 선수들을 응원하는 도구로 썼다.
몇 년이 지나면서 나의 경적은 아주 유명해졌다. 때마침 카이저 치프스라는 축구팀이 우리 지역에 생겼고, 나는 늘 경기장에 가서 경적을 불었다. '어디서 난 거냐'고 물어보는 주변 관객들도 점차 늘어났다. 그때 나는 그 경적을 '렘포로로'라고 불렀다.
그런데 렘포로로가 금속 재질이라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경기장에 반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 끝에 한 제조업체에 찾아갔더니 플라스틱 버전으로 만들어줬다. 노란색이었는데, 지금의 부부젤라와 아주 흡사했다.
우리는 그 악기에 부기블래스츠(Boogieblasts)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1992년에 이름을 '부부젤라'로 바꿨다. 넬슨 만델라가 풀려나고, 남아공이 다시 국제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된 해였다. 부부젤라는 줄루어로 '환영'(welcome), '화합'(unite), '축하'(celebration) 3가지를 뜻하는 말이다.
부부젤라는 유명해졌지만, 나는 전혀 돈을 벌지 못했다. 대기업들이 내 아이디어와 내가 지은 이름을 훔쳐갔고, 나는 적은 수입으로 아들 딸 9명을 키우느라 고생이다. 그러나 그게 억울하진 않다. 난 그저 많은 사람이 부부젤라 덕분에 즐거워지길 바란다.
부부젤라가 시끄럽다는 불만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떤 나라를 방문할 경우에는 그 나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아공 선수들은 부부젤라 소리를 듣고 힘을 낸다. 불평하지 마라. 우리 선수들은 부부젤라 응원을 기대하고 있다.
몇 십년 동안 부부젤라를 불었지만, 부부젤라 때문에 병원에 갔다든가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어떤 선수들은 부부젤라 소리 때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고 불평하던데, 축구선수들은 늘 변명을 잘한다. 이긴 팀이 부부젤라 탓을 하는 경우는 절대 없을 거다.
남아공에서는 아주 어린 꼬마부터 넬슨 만델라까지 부부젤라를 분다. 나는 이런 악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 남아공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부부젤라를 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장례식에서도 사람들이 부부젤라를 불어주길 바란다."
입력 2010.07.11. 18:13업데이트 2010.07.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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