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T―뉴스 백지은 기자]'MC몽 작곡가'가 아닌 작곡가 김건우로서의 두번째 앨범, '블루 브랜드' 2집 '트라우마'가 발표됐다. '블루 브랜드'는 김건우의 곡을 유명 래퍼와 보컬이 참여해 부르는 힙합 프로젝트 음반으로 발표 당시부터 MC몽, 김진표, MC스나이퍼, 미료, 별, 슈프림팀, 케이윌 등 유명 뮤지션들과 머생, 미리, 송석준, 샛별 등 다소 낯선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음원 성적 역시 월등하다. MC몽의 '죽을만큼 아파서'는 공개 직후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을 정도. '대박'이라는 말에 정작 본인은 그저 웃을 뿐이다.

▶ MC몽, "우린 너무 잘 맞아" 10년만에 문자

'MC몽 작곡가'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작곡가 김건우와 MC몽의 인연은 깊다. MC몽이 피플크루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김건우가 프로듀싱을 맡아왔으니 12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해온 셈. '아이스크림' '아이 러브 유 오 땡큐' 등 MC몽의 히트곡도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됐다. 김건우는 "MC몽이 예능에선 까불고 오버하는 경향이 있어도 실제로는 내성적이고 숫기도 없다. 성격이 비슷해서인지 오래 호흡을 맞췄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함께한만큼, 이번 앨범이 대박을 예고하고나서 MC몽은 바로 축하문자를 보냈다. "대박. 우린 너무 잘 맞는 것 같아"란 문자를 받고 기분이 좋았다고. 김건우는 "아마 이번에 MC몽이 나에게 도움을 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났던 것 같다. 원래 연락을 자주하고 그런 성격이 아닌데 10년만에 문자가 왔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고의 작곡가가 뽑은 또다른 '환상의 짝꿍'은 메이비다. 메이비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인연으로 아직까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그는 "이번 앨범에도 메이비가 가사를 써줬다. 다작하는 친구가 아닌데 내가 부탁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다.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 생산적인 게으름을 떨어라!

김건우의 신조는 '생산적인 게으름을 떨라'는 것. 쉴 때는 확실하게 쉬는 대신 해야 할 때는 자신에게 있어 최상의 타이밍에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훨씬 능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나는 한 앨범을 작업할 때는 다른 어떤 일도 맡지 않는다. 녹음도 한 달 이상 끌지 않는다. 시간 리미트를 정해놓고 최대한 집중해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생산적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대표적인 히트곡들도 장기간 작업한 곡보다는 소위 말하는 '필(feel)'을 받아 써내려간 곡이 많다. '써커스', '아이스크림' 등을 작곡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분. '한번 이렇게 해보자'라고 컨셉트를 잡고 즐겁게 작업한 결과물이 좋았다고. 이번 앨범의 히트곡 '죽을만큼 아파서'와 '트라우마'는 쏟아지는 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업한 곡이다. 작업이 끝나고 버스에서 내리는데 내리는 눈을 보고 악상이 떠올랐다.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 단번에 써내려간 곡이 '죽을만큼 아파서'였다. '이거다!' 싶은 마음에 다음날 또 버스를 탔고 두번째 악상이 떠올랐다. 그렇게 '트라우마'도 완성됐다. 김건우는 "두 곡을 잘 들어보면 눈의 느낌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묻는다.

▶ 상상력을 키워라!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오버와 언더의 절묘한 만남이라는 것이다. 굳이 이런 조합을 생각해 낸 배경에는 힘든 생활을 이어가는 신인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싶다는 깊은 뜻이 깔려있다. 김건우는 "'동그랗고 하얀'을 부른 머생은 6월 29일 군입대를 했다. 앨범 반응이 오고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 사실조차 모르고 군대를 갔다는 사실에 우울하고 마음도 아팠다"고 전했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몸부림치는,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그들이 얼마나 어려운 생활을 하고있으며 기회를 잡기도 어려운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신인들에게 톱가수들과 함께 작업을 하며 경험도 쌓아주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 해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언제 뜰지 알 수 없는 막연한 기다림 속에 지쳐가는 이들을 위한 배려라는 것. 작곡가 지망생, 혹은 무명 작곡가들에게도 "상상력을 키워라"라고 한마디 전했다. 기존의 히트곡을 따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앨범 작업을 위해 곡을 모으다보면 이제까지 히트한 음악과 비슷한 풍의 노래들이 쏟아진다고. 자신을 비롯해 이름을 얻은 모든 작곡가들이 그랬듯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만 한 방을 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건우는 "내가 곡을 모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상상력을 사겠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내가 만든 곡들, 기존에 히트를 기록한 곡들을 무작정 따라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블루브랜드 2집 타이틀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미하는 의학용어다. 이별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아픈 사랑의 기억을 트라우마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과 직접 경험한 사랑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앨범을 작업한 만큼, 실제 아티스트들의 사랑과 이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앨범 출시 직후 '죽을만큼 아파서'를 비롯해 앨범 수록곡 전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며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김건우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 MC몽 6집을 작업중이다. 또 좋은 곡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