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앞둔 지난 10일 오전 11시 30분 인천 동구 재능대학 본관 13층 교직원 식당 내 주방. 하얀 조리모를 쓴 호텔외식조리과 학생 10여명이 저마다 분주했다. 이 학과 최덕주(38) 교수의 목소리가 40㎡ 남짓한 주방에 울려퍼졌다.

"시간 다 돼간다! 간도 다시 보고!"

그 말에 양파·오이·홍당무를 잘게 썰어 큰 그릇에 넣고 버무리던 여학생들의 손길이 더욱 빨라졌다. 솥 안에 든 제육볶음 100인분을 큰 국자로 휘젓던 남학생의 이마에는 땀이 잔뜩 배어있었다.

재능대 최덕주 교수와 학생들이 교직원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일반 대학 식당과 달리 교수가 직접 식단을 짜고, 학생들이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일종의 '학교 기업'이다. 영양소가 고루 들어가는 제철음식과 잡곡밥뿐 아니라 양식·중식, 갈비나 삼계탕 등을 두루 팔지만 음식값은 학생식당 3000원, 교직원식당 4000원으로 외부업체에 위탁해서 운영하던 이전과 같다. 질 좋은 국산 재료에 천연 조미료를 쓰고 매출의 80%를 재료비에 투자해 영양도 풍부하다. 일반 업체가 운영했을 때는 식단이 자주 중복됐지만, 학생들이 맡은 뒤로는 식단이 매우 다양해졌다.

9명의 교수와 30여명의 학생은 식당과 함께 빵집도 운영한다. 매일 점심 때 3시간 정도 일을 한다. 교수들은 월급이 없고, 학생들은 시간당 6000원을 받는다. 한 학기에 70시간 이상 일하면 회사처럼 별도의 성과급도 받는다.

이 학교 기업은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이전에 위탁업체가 운영했을 때는 임대료나 인건비로 나가는 돈이 많아서 그런지 "음식이 맛이 없다" "먹을 게 별로 없다"는 등 이용자들의 불만을 많이 샀다. 전교생 3800여명 중 겨우 200여명 정도만 식당을 찾았다. 상당수 학생들은 학교밖 음식점을 찾았고, 때로는 교정에서 음식을 배달시키기도 했다.

이기우 총장은 최 교수를 불러 "직접 식단을 짜고 품질 좋은 점심을 만들어보라"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생각 끝에 10~30년 이상의 외식업계 현장 경험이 있는 교수 6명을 초빙하고 학생들을 선발해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홍삼카스테라' 등 웰빙에 초점을 맞춘 빵 13가지도 개발했다.

이어 학교 정문에 "교수님과 학생이 정성들여 밥을 지어드린다"는 플래카드를 붙이고, 무료 시식회와 이용객 설문조사를 거치며 문제를 보완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학생식당에는 매일 600~800여명씩 찾아와 줄을 섰고, 교직원식당 350석도 거의 매일 찼다. 빵집에는 기업이나 기관의 단체 주문이 이어졌다.

학생 서하나(19·항공운항서비스과 1년)양은 "학교 급식하면 일반적으로 맛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우리 학교 식당은 맛도 좋고 값도 싸 점심 때마다 찾는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빵집을 운영하는 김윤경(32·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는 "학생들과 쿠키를 만들고 포장하면서 나 또한 외식업에 대한 생생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학생들은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정성스럽게 대하는 법 등 현장 체험의 기회도 얻고 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지난 2월 졸업한 60여명은 호텔이나 대기업 외식업체에 취업했다.

재능대는 2014년 송도국제도시에 새로 문을 열 캠퍼스에 교수와 학생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열 계획인데 이들 학교 기업이 그 바탕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최 교수는 "올 상반기에 손님이 많아 수익금이 5000만원 정도 예상된다"며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쓰고 남는 돈은 시설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