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은 활동량이 16강 해법의 열쇠라고 봤다. 활동량이 많으려면 체력이 필수다. 처음 소집되던 5월 중순부터 체력을 계속 강조했다. 네덜란드에서 체력담당분석관을 데려왔다. 최첨단 무선 체력 측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잦은 휴식을 통해 체력 보충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허 감독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한국 선수들은 4경기에서 평균 7.93㎞를 뛰어 활동량에서 평균 7.29㎞를 뛰는데 그친 상대팀 선수들을 압도했다. 가장 많이 뛴 선수는 이청용으로 경기당 평균 10.9㎞를 뛰었다. 그 뒤를 평균 10.88㎞를 뛴 박지성이 이었다. 김정우 역시 경기당 평균 10.59㎞를 뛰며 중원을 장악했다. 한국은 2002년에 이어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많이 뛰는 압박 축구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1대2로 졌지만 체력을 앞세운 압박축구로 선전했다.
하지만 과제도 남겼다. 많이 뛰는 것이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르헨티나전이 대표적이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평균 7.93㎞를 뛰었다. 평균 6.939㎞에 그친 아르헨티나보다 14%나 더 뛰었다. 활동량만 보면 이기거나 최소한 비겨야 했다. 하지만 1대4로 대패했다.
효율적인 축구를 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아르헨티나는 484개의 패스를 하며 74%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336개의 패스를 하면서도 성공률은 62%에 그쳤다. 한국 선수들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공만 쫓아다닌 셈이었다.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뒤 선수들 사이에서도 "공만 쫓아다니다가 지쳤다"라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