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다양한 독서를 통해 경험과 지식을 쌓은 학생들이 입시에서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올해 2학기부터 본격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당장 2011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활용된다고 하는데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www.reading.go.kr)'은 무엇이고 독서의 비중은 얼마나 커졌는지 알아봤다.
◆초·중·고 12년간의 독서이력, 온라인에 남는다
이번 2학기부터 도입되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학생이 책을 읽고 독후활동 기록을 온라인 관리프로그램에 남기면 담당교사가 이를 평가,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학생생활기록부와 연계, 2011학년도 대입 전형에 활용되기 때문에 올해 수험생들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눈에 띄는 점은 종전 자신이 읽은 독서기록을 한 두장 정도의 문장으로 쓰던 ‘단순 독서활동’이 앞으로는 독서분야, 흥미, 기록내용, 이해수준 등 다각적으로 기록하는 ‘종합 서술형 독서활동’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또한, 온라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초·중·고 12년간의 독서이력사항을 언제고 찾아볼 수 있고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간 독후감과 감상문에 그쳤던 독서기록 역시, 다양한 형식으로 바뀌었다. 초등학생은 감상문쓰기는 물론, 편지, 동시, 독서일기, 인터뷰, 생각키우기, 퀴즈 등 창의력, 상상력을 키우는 활동이 강조된 반면,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보다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 감상문쓰기를 비롯한 교과독서활동, 개요짜기 등의 활동이 마련된 것. 독서활동의 변화에 대해 서울 경기고 2학년 김민우군은 "앞으로 독서이력이 남기 때문에 한편한편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생소한 시스템이라 걱정도 되지만 꾸준함으로 승부하겠다"고 전했다.
김군처럼 입시를 코앞에 둔 고교생들은 다양한 독서도 좋지만 무엇보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활용 방법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 경기고 이만석 국어교사(포트폴리오로 대학가기 저자)는 "각종 독서활동이 실시간으로 남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입 및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독후감을 쓴다는 생각보다는 삶의 목표에 맞춰 '내 삶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독서지원시스템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입시에서 확대되는 독서활동 이력들
그간 학생생활기록부를 통한 독서활동의 비중은 적었지만, 지난해부터 대학 수시와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 입시에서는 학생생활기록부를 제외한 제출서류, 즉 자기소개서, 학습계획서, 포트폴리오 등에 2~4권의 독서경험을 쓰는 독서활동이 포함돼 있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중요시되는 서류는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그리고 포트폴리오다. 이 중 포트폴리오는 학교생활기록부 및 자기소개서에 기술된 내용에 대한 ‘증거 자료형 포트폴리오’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미처 기록하지 못했지만 열정과 관심, 노력과 실적 등을 통해 나를 알릴 수 있는 ‘개성형 포트폴리오’ 두 가지로 나뉜다. 특히 자기소개서는 입학사정관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서류로, 입학사정관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고, 설득하는 자료가 된다. 이만석 국어교사는 “다수의 대학 자기소개서 항목에 독서와 관련된 질문이 있다는 것은 독서 활동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비중 높은 평가요소로 다뤄진다는 증거다. 지원자의 실제 독서 여부와 자기기록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앞으로 입학사정관에게 주어진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연구소 오용순 선임연구원 역시, 입시의 승패를 좌우하고 싶다면 독서이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제는 ‘학교생활 중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계발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려한 스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관심 분야에 맞는 독서활동을 꾸준히 했느냐’를 평가 요소로 삼는다. 앞으로는 자신의 독서이력을 단순히 독서활동으로 남길 것이 아니라 ‘나를 알리는 입시전형 제출 서류’로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활동' 성실함이 답이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 중에는 독서 실적을 입시에 반영할 경우, 강압적이고 형식적인 독서, 질보다 양에 의존한 가벼운 독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학교 교육은 물론 대학 교육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인 독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의가 크다. 앞으로는 독서활동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내용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계획적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했느냐’가 주된 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석 교사의 '입학사정관 사로잡는독후감 Tip'
1. 독서에도 순서가 있다
제목(표지 디자인, 작가의 서문, 책의 편집 상황 등)을 보고, 연상되는 내용을 적고, 독서를 하면서 나의 생각과 유사한 점, 차이점 등을 정리해 독후감으로 작성한다.
2. 독후감은 줄거리 요약이 아니다
줄거리는 독후감 전체 분량의 30%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 나머지는 인물(반드시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주제(전체 주제 외에 다양한 소주제), 인상에 남는 부분, 사건과 연상되는 일화나 교과서·도서·노래·동화·신문 기사·드라마·영화·명언 등을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펼치자.
3. 비판하며 읽어보자
학생들이 작성한 독후감은 자신의 의견이 없고,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독서하기 때문에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판하면서 읽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이유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해 보자.
4.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친구와 중심 이야기, 인물 등을 이야기해 보자. 나의 생각과 비교해 이를 독후감 작성에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