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울산 남구 장생포에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이 있다. 1986년 포경(捕鯨·고래잡이)이 금지된 이래 사라져가는 포경유물을 수집·보존·전시하면서 '고래도시 울산'의 역사를 되살려 나가고 있는 '장생포고래박물관'이다. 지상 4층 규모의 이 박물관은 포경역사관·귀신고래관·어린이체험관으로 구성돼 있고, 모두 1797점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2005년 5월 31일 개관 이후 1일 평균 약 600명의 관람객이 주로 가족 단위로 찾고 있고,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생생한 장생포 포경역사 전시
박물관 입구부터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 실물모형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새긴 그림들 속에서 다양한 고래문양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래전 선사시대부터 울산에서 고래잡이가 성행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증표다.
제1전시관으로 들어서면 홀 중앙에 위치한 대형고래 골격 두 개가 범상치 않다. 일본에서 건너 온 범고래(길이 7.4m, 체중 9t)와 브라이드고래(길이 12.4m, 머리 크기 3m, 체중 14.6t)의 육중한 골격이다. 실제 브라이드 고래 골격의 위턱에 달렸던 수염도 함께 전시돼 있다. 3년 반 동안 영하 60도에서 냉동보관 처리된 흑색의 섬모다.
골격의 뒤쪽으로는 한국과 세계의 포경 역사 자료가 전시돼 있다. 대왕고래의 턱뼈와 수염, 밍크 고래의 두골과 등뼈 등 다양하다. 1970 ~80년대 장생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성행했던 포경활동을 상세하게 기록한 항해일지와 조선근해 포경허가문서, 포경선위치보고 메모장, 대한민국선원수첩 등 포경 관련 문헌과 기록물들도 실물 그대로 볼 수 있다. 1970~80년대 장생포 주민들이 고래를 잡거나 해체할 때 사용한 손때 묻은 각종 도구들도 함께 있어 당시의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멸종위기 귀신고래를 기다리며
제2전시관은 귀신고래와 관련된 유물과 자료들이 집중 전시돼 있다. 귀신고래 소리체험관과 관련 상식을 전달해주는 매직비전, 한국계 귀신고래와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의 번식·성장·이동경로·연구현황 등을 비교해가며 귀신고래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암초가 많은 곳에서 귀신같이 출몰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귀신고래는 출산기에 울산 앞바다에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이후로는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귀신고래가 회유(回遊)했던 울산 앞바다는 현재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돼 있다.
귀신고래관 옆에는 고래해체장 복원관이 자리잡고 있다. 예전 포경이 활발하던 시절 장생포에 있던 고래해체장 중 최근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 있던 일부 시설을 전시실 안으로 옮겨온 시설이다. 포경선이 잡아 온 고래를 기구를 이용해 끌어올려 해체 작업을 하는데 밧줄 길이만 200m가 넘었다고 하니 해체장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이렇게 해체된 고래는 생활용품·식품·장식품·기름 등 용도가 다양했다. 경유통과 깊이 250㎝의 고래 삶는 솥, 기름통 등 고래 기름을 만드는 착유장도 함께 재현해 놓았다. 과거 장생포항에서 출발한 포경선이 고래를 포획해서 항구로 돌아오고, 고래를 해체하는 등의 전 과정을 담은 사진들도 전시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고래를 직접 보고 체험도 한다
고래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어린이체험관도 있다. 고래의 생태와 진화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고, 고래소리와 루미나이트가 조화된 바닷속 여행, 고래 두골모형, 고래 뱃속 길 등 흥미롭게 꾸며놓았다. 특히 어린이 고래체험관에서는 고래 프로타주 체험, 골격 만져보기, 입체 자석 퍼즐 등 재미있는 체험학습을 통해 고래와 친근해지도록 배려해놓았다.
장생포고래박물관에서 고래에 관한 공부를 마쳤다면 바로 옆에 위치한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수족관에서 돌고래 3마리가 보여주는 쇼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2009년 11월 말 문을 연 돌고래 수족관은 가로 16m, 세로 12m, 수심 5m 크기다. 더불어 4~10월까지는 고래관광선인 '고래바다여행선'을 타고 울산 앞바다로 나가 고래를 직접 관찰하는 기회도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