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여고 2학년 학생들은 한문 수업 시간에 신문을 펼친다. 신문에서 어려운 한자 단어를 찾아 음과 뜻을 적는 것은 필수 기본 과정. 더 나아가 기사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다는 NIE 활동까지 하다 보면 50분의 수업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학생들은 바빠진다.
지난 14일 오후 3시 한문 수업 시간 시작종이 울리자, 부여여고 2학년 4반 28명의 학생들은 NIE 수업 '준비 태세'를 능숙하게 갖췄다. 4인 1조로 책상을 붙이고 머리를 맞대고 앉아 신문과 전자사전을 꺼냈다. 이날의 NIE 활동은 '신문의 재구성'. 조별로 주어진 관심 분야에 따라 신문 기사를 재구성해 B4 크기의 1면짜리 '나만의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한문 과목을 맡고 있는 라은선 교사는 스크린에 '조별 관심분야 신문 만들기'라고 학습목표를 제시했다. 라 교사는 칠판에 1조부터 7조까지 순서대로 정치(대북문제)·건강·예술·월드컵·사회·환경·선거란 주제를 썼다.
'건강'을 맡게 된 2조 학생 4명은 '오뉴월 독감 기승… 잘 낫지도 않아'와 '50대 여성 흡연 급증… 골다공증 키운다'라는 두 개의 기사를 골랐다. 김은정 학생이 기사를 오려붙이는 동안 김난이·송유진 학생은 한자어를 찾아 적고 전자사전에서 뜻을 찾아 적었다. 합병증(合倂症), 발병률(發病率), 기근(飢饉), 악화(惡化), 유해(有害), 증상(症狀), 연관성(聯關性) 등의 한자어들이다. 박고은 학생은 '기사 내용 요약하기'를 맡았다. 한 기사를 5줄 정도로 요약했다. 기사를 잘라붙였던 김은정 학생도 요약을 도왔고, 이 활동이 끝나자 4명이 모두 빈 공간에 각자 의견들을 써넣었다.
학생들은 "교과서로 한문 공부하는 것보다 신문 공부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미도 있고, 공부도 되고, 1석2조요!"하고 웃는 학생도 있었다.
김난이 학생은 "글 쓰는 속도도 늘고, 논술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조은희 학생은 "한문시간에 NIE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상식도 늘고 글도 잘 쓰게 돼서 좋다"며 "이번에는 충청남도에서 개최하는 논술·토론대회에 학교 대표로 처음으로 뽑혀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하경 학생은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신문 읽을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제는 집에 있는 신문도 찾아서 보게 된다"며 "신문을 보다 보니, 예를 들어 대학입시와 관련 있는 정보만 봐도 학교나 학원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니까, 진로를 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원래 좋아했다는 반장 조문주 학생은 방과후학교인 'NIE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다. 이 역시 라은선 교사가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격주 토요일마다 운영하고 있는 시간이다. 동아리 회원들은 4시간 동안 본격적인 신문 스크랩과 신문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며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있다.
부여여고 학생들이 NIE를 하게 된 것은 올해 이 학교에 라은선 교사가 부임하면서부터다. 마침 올해부터 부여여고가 '충남교육청 지정 경제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된 것도 계기가 됐다. '연구학교운영위원회'와 교감이 주도해 "이번 기회에 전교생에게 NIE를 도입해 보고, 경제 교육과 NIE도 연계해 보자"고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이 학교 학생들은 한문 시간에 NIE를 하는 것은 물론, 1~2학년 전체가 의무적으로 주 1회씩 경제 관련 기사를 읽고 스크랩해서 모든 학생이 '경제교육 NIE 노트 포트폴리오'라는 파일을 갖게 됐다.
김주남(金住南) 교감은 "창의력과 표현능력 신장이 앞으로의 큰 과제고, 이것을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평가하려는 게 교과부의 시도"라며 "학교에서 나서서 학생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 NIE 붐을 일으켜보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귀찮아서 왜 하냐고 했던 교사들과 학생들도 지금은 호응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한다.
5년 전 처음으로 NIE를 수업에 접목했다는 라은선 교사는 "그때는 아이들의 구술 면접을 도우려고 신문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연구를 하다 보니 교과와 연계해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주변 분들께 함께 해보자고 권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인수(金寅洙) 교장 역시 "교육상 필요하고, 선생님들이 하신다는데, 적극 도와주는 게 학교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충남의 여고 가운데 확고한 1등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