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월드컵의 열기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는 가운데 가요계에서는 눈길 가는 변화가 하나 일어났다.
17세 소녀 가수 아이유(IU)가 ‘잔소리’로 2주 가까이 사실상 모든 음원 차트를 ‘올킬’하고 있다. 2AM의 임슬옹과 듀엣 곡이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지속되는 아이돌 ‘그룹’의 초강세 속에서 남,녀 통틀어 모처럼 10대 솔로 가수가 정상을 차지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가요계는 단순 이분법으로 굴러가고 있다. 그룹은 10대, 또는 10대에 데뷔해 갓 20대를 넘긴 시점에 정상을 차지하는 ‘아이돌 대세론’이 지배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차트의 인기 정상을 대다수 차지하는 가운데 일부 남아 있는 영역을 이효리 비 같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솔로 가수들이 나눠가져 왔다.
이러다 보니 가수를 준비시키는 기획사는 ‘10대’와 ‘그룹’이라는 두 키워드에 매달려 신인을 준비시키고 있다. 아이돌 그룹만 쏟아져 나오는 현실은 솔로 가수가 성공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솔로’인 아이유가 확실하게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아이유가 한 번 1위한 것으로 가요계 판세가 바뀔 것처럼 호들갑 떤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재의 음원 시장은 마치 월드컵 우승국처럼 1위를 한 가수들끼리 정상을 돌려 갖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아이유의 1위 등극은 의미가 있다.
이는 예전의 음반보다 음악에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진 음원 시장 특성상 ‘인지도’가 ‘음악의 흡인력’보다 차트에서 더 큰 상승력을 갖기 때문이다. 음원이 중심인 현재의 가요 차트 시장에서는 신곡이 발표되면 가수의 인지도가 추진력을 발휘해 차트 상위권에 도달한 후 음악이 좋으면 순위 유지가 오래 지속되는, ‘선 인지도, 후 음악’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확실한 차트 1위를 한 가수나, 아예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로 높은 인지도를 갖춘 가수들 외에는 좀처럼 정상에 오르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결국 이번에 확고한 정상을 차지한 아이유는 앞으로 다른 아이돌 그룹 못지 않게 차트에서 강한 추진력을 보여줄 것으로 여겨진다.
아이유의 정상 정복은 ‘아이돌 대세론’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룹 형태의 아이돌 육성으로 심하게 쏠려 있는 신인 가수 기획이 조금은 솔로 쪽으로 다양화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유도 넓은 범위에서 보면 ‘아이돌’이다. 10대의 나이에 음악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주얼적인 측면까지 갖춘 가수가 아이돌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90년대 중반을 대표했던 아이돌로는 솔로 여가수인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꼽힌다.
아이유의 1위를 발판으로 다른 10대 여가수와 10대 남자 솔로 가수들도 많이 등장한다면 가요계는 여러모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그룹과 솔로가 할 수 있는 음악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현재 차트를 뒤덮고 있는 분위기의 음악들과는 다른 느낌의 음악들을 대중들이 좀더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솔로 가수들의 활약이 확대되면 전반적인 신인 가수들의 음악적 능력도 향상되는 분위기로 이어질 듯하다. 물론 최근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발전된 음악적 능력을 갖추고 나오기는 하지만 노래와 무대 전체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솔로 가수에게는 좀더 높은 수준의 음악성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발전하고 있다. 댄스 걸그룹으로만 쏠려 있던 가요계는 점차 댄스 보이그룹을 거쳐 씨엔블루 같은 밴드 아이돌로 영역을 넓혀갔고 이제는 솔로 아이돌의 성공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좀더 다양한 연령대와 장르의 가수들이 차트에 풍성하게 공존하는 가요계가 돼야겠지만 이번 아이유의 올킬을 또 하나의 아이돌 등장 정도로 굳이 의미 축소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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