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명주 기자] ‘수비 축구’가 ‘공격 축구’를 눌렀다.

그리스(FIFA 랭킹 13위)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끝난 나이지리아(21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2차전에서 2-1로 역전승했다.

전반 15분 칼루 우체(알메리아)가 오른발로 감아찬 프리킥이 그대로 골대에 빨려 들어가면서 승리의 여신은 나이지리아에 미소를 짓는 듯했다. 그러나 전반 36분 사니 카이타(알라리아)가 퇴장 당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이어 그리스의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파나시나이코스)와 바실리오스 토로시디스(올림피아코스)가 전후반 각각 한 골씩 터뜨리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은 다른 월드컵보다 수비 위주의 전술이 많이 등장해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 감독은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는 게 아니라 실점을 막는 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슈팅 찬스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고, 경기 스타일도 답답해진다”고 설명했다.

수비 축구가 많다 보니 자연히 골은 적게 터져 나왔다. 17일 새벽까지 치러진 17경기에서 나온 골은 단 28개. 한 경기당 1.65골이 나온 셈이다. 상대적으로 골이 많이 나왔던 한국-아르헨티나 전까지 포함하면 경기당 평균 1.83골이다.

이는 가장 적은 골을 기록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탈리아 월드컵서는 총 52경기에서 115골이 나와 경기당 평균 2.21골을 기록, 역대 가장 골 가뭄이 심했던 때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독일 월드컵에서는 총 64게임을 치르면서 147골로 경기당 2.3골이었다.

이날 승리를 얻은 그리스는 수비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경험 많은 노장들을 주축으로 견고한 수비 조직을 보이고 있다. 수비의 중심인 키르기아코스에서 미드필더 카추라니스, 스트라이커 게카스까지의 연결이 매끄러운 것도 그리스만의 장점이다. 역습에도 능해 지역 예선 12경기에서 21골을 넣었다.

반면 나이지리아의 최대 강점은 날카로운 공격진에 있다. 대표팀을 이루는 대다수의 선수들이 유럽리그에서 활약 중이고, 각종 기술에 능하다. 이날 선제골을 기록한 칼루 우체 역시 뛰어난 개인기를 보유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팀 전술보다 개인 및 부분 전술에 의해 주로 골이 터진다. 그렇지만 그리스에 역전패하면서 ‘수비 축구’의 위력을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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