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파 수비' 뚫어…파워+스피드'공수 만능' |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은 당혹스러웠다. 이름도 들어본적이 없는 선수들, 그것도 FIFA랭킹 105위에 불과한 나라의 선수들이 제치고, 뚫고, 벗겨내도 계속 자신들 앞에 서있었다. 16일 밤(한국시각)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월드컵 G조 1차전 북한과 마주한 브라질은 벌떼수비에 질릴대로 질린 상태였다.
치고 치고 또 쳐도 열리지 않는 골문에 고전하던 후반 10분 등번호 2번을 단 브라질 선수가 오른쪽 측면을 질풍노도처럼 치고 들어갔다. 엘라누는 스루패스를 했고 그는 다이렉트 오른발 슈팅을 터뜨렸다. 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았던 사각지대였지만 그의 발을 떠난 자불라니는 엔드라인 앞에서 오른쪽으로 휘며 이명국 골키퍼의 왼쪽 빈공간을 가로지르며 골네트를 흔들었다. FIFA는 경기가 끝난 뒤 그를 경기 MVP로 선정했다. 바로 '세계최고의 오른쪽 풀백'이라 불리는 마이콩 더글라스 시세난도였다.
마이콩은 유소년시절 그레미오-크리시우마-크루제이로를 거치며 기량을 쌓았다. 2001년 크루제이로에서 프로에 데뷔한 마이콩은 2003년 브라질대표팀에 간간히 승선하며 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m84의 장신이면서도 빠른발과 테크닉에 지치지 않는 체력, 활발한 오버래핑, 공격능력에 매료된 유럽구단들은 그를 영입대상 1순위에 올려놓았다. 마이콩은 2004년 자신의 첫 유럽구단으로 AS모나코(프랑스)를 택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쉬운 뒷이야기가 있다. 당초 마이콩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계약을 체결했으나 영국노동청의 노동허가서(워크퍼미트) 발급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계약을 파기할 수 밖에 없었다. 잉글랜드 무대 진출 실패의 아픔을 겪은 마이콩은 AS모나코에서 2시즌을 뛰며 59경기 출전 5골을 기록,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2006년 이탈리아의 인터밀란으로 이적한 마이콩은 오른쪽과 왼쪽을 가리지 않고 풀백으로 169경기에 출전에 16골을 집어넣으며 팀의 리그 5연패와 2009~2010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2008~2009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과의 맞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유럽무대에서 펄펄 날고 있는 마이콩을 '카나리아군단' 브라질대표팀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둥가 감독의 관심이 대단했다. 둥가 감독은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대표팀 은퇴 이후 다니 아우베스(바르셀로나)와 마이콩을 경쟁시켰다. 둥가 감독이 원하는 오른쪽 풀백은 수비수 본연의 임무뿐만이 아니라 오른쪽 윙포워드까지 겸하는 전천후 선수였다. 공격본능으로 똘똘 무장한 마이콩은 둥가 감독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하며 아우베스를 제치고 주전 오른쪽 풀백자리를 꿰찼고 2006년 독일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마이콩은 공수를 모두 겸한 만능선수다. 공격시에는 파워와 스피드를 이용한 오버래핑뿐만이 아니라 강력한 중거리슈팅까지 보유해 상대를 공략한다. 브라질 대표팀과 인터밀란 내에서도 '경기가 풀리지 않을때는 마이콩에게 볼을 집중시켜라. 그러면 골을 넣어줄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그의 공격능력은 탁월하다. 수비시에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상대 공격수들의 이동 루트와 볼의 진행 경로를 미리 읽고 철저히 차단하는 '축구 IQ'가 상당히 높다.
북한전에서 보여준 마이콩의 활약 역시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 것이었다. 마이콩은 오른쪽측면을 계속 파고들었고 개인기와 슈팅으로 수비진을 흔들어놓았다. 마이콩은 9.747㎞를 뛰며 3개의 슈팅을 날렸다. 이는 웬만한 공격수보다 더 나은 기록이었다. 여기에 83.6%에 달하는 패스성공률은 양팀 통틀어 최고로 공격의 물꼬 역할을 톡톡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