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럽 플라워 업계에서는 흰색과 녹색을 조화시키는 꽃 장식이 가장 인기 있습니다. 고전적이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꽃 디자이너 제이미 아스톤은 '단순하고(simple), 자연스럽고(natural), 오래된 듯한(vintage)' 느낌을 살리는 것이 최신 꽃 장식기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배우 주드 로, 모델 케이트 모스 등 유명 인사들이 파티를 맡기고,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매력적"이라고 칭찬해 업계의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리빙 트렌드 교육기관인 까사스쿨의 초청으로 최근 한국을 찾은 그가 일반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감각적인 꽃 장식 방법을 공개했다.
그가 제안하는 스타일은 '단순하고 우아한 모던 빈티지'라고 정의할 수 있다. 꽃이 가진 원래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철사로 꽃을 고정하는 인위적인 방법은 쓰지 않는다.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꽃과 톤 다운된 부자재를 많이 쓰는 것도 특징. 한마디로 "깔끔해 보이는 느낌을 살려야 한다(keep it simple)"고 강조했다.
그가 대표적으로 선보이는 꽃 장식은 작약과 목수국으로 느슨하게 묶은 꽃다발이다. 솜사탕이 뭉게뭉게 피어난 듯, 풍성하면서도 더없이 가벼워 보인다. 포인트로 금강초롱을 꽂는다. 장미는 '마르샤'라는 종을 추천한다. 네덜란드가 원산지인데, 녹색이 도는 듯한 흰 꽃이다. 완전히 하얀색이 아니면서도 흰색의 깨끗함을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다. 풍성한 목수국을 쓰면 지나치게 단조로운 느낌을 피하는 데 유용하다. 프랑스식 스타일은 보리나 잎으로 묶거나 두르는 경우가 많은데 모던 빈티지 스타일에서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꽃을 묶을 때는 꽃대 중간을 잡고 나선형으로 돌려가면서 하나씩 모은다. 꽃머리가 비슷한 높이에 오도록 신경 써야 한다. 느슨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양감을 살린다. 물을 담은 비닐로 줄기를 감싼 '아쿠아백'으로 꽃이 오래가도록 한다. 아쿠아백을 쓰면 꽃병 없이도 꽃다발을 세울 수 있다.
아스톤은 꽃 포장지로 검정·갈색·회색을 써서 모던한 느낌을 강조하라고 말했다. 특히 검정은 깨끗하면서 단순한 멋을 살리는 데에 제일 좋다. 빈티지한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연한 하늘색 포장지가 적당하다. "핫핑크나 녹색 포장지는 구식입니다. 튀는 포장지로 꽃의 아름다움을 가려서는 안 되죠."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투명한 셀로판지 포장도 다소 뒤처진 방식이라고 조언했다.
꽃 포장 용기로는 쇼핑백이나 모자 상자를 쓰면 들고 다니기에도 좋고, 용기없이 장식하기도 편하다. 상자색은 연한 회색이나 고상한 갈색이 어울린다.
그가 추천하는 테이블용 센터피스 장식은 화려하면서도 키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높이를 낮췄기 때문에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사이에 시선이 방해받지 않는다. 특히 열대의 느낌을 살린 강한 보라색 클레머티스는 한 송이만으로도 분위기를 돋우는 데 그만이다. 빈티지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설탕 가루가 뿌려져 있는 포도 송이를 이용한다. 만들 때는 포도 송이에 계란 흰자를 묻혀 설탕 위에 굴려준다. 눈이 내려앉은 듯 바랜 느낌의 특별한 꽃 장식으로 시선을 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