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의 열정적인 무대

학력위조 파문은 2007년 정점을 찍었다. 미국 예일대 졸업증명서를 위조, 교수직을 얻은 신정아(38)씨 때문이다.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통하던 신씨의 학력위조 사건은 개인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유명인들의 거짓학력이 잇따라 드러났다.

남들과 다른 감각을 뽐낸 예술가 중에는 학교에서 벗어나 있는 남녀가 많았다. 제도의 틀 안에서는 창작욕을 발산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아직도 상당부분 유효하다. 문제는 뛰어난 예술가에게 유명학교 졸업증명이 얹혀지면 프리미엄이 치솟는다는 사실이다. 천재성과 후천적 교양을 두루 인정받는다른 점은 분명 유혹이다.

학력검증 광풍이 다시 불고 있다.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30·이선웅)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출발했다. 이후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 졸업생이라고 알려지면서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동시에 의혹의 눈길도 집중됐다. 2007년의 상황이다. 3년이 흐른 현시점, 타블로가 다시 검증대에 놓여졌다. 이번에는 정도가 더 심하다. 처음에는 극성 안티팬의 흠집내기 쯤으로 여겨졌다. 타블로가 해당 안티팬을 고소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타블로가 부인 강혜정(28)과 함께 출연한 금융CF가 방송되지 않자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매니지먼트사 소속그룹 '인피니트'의 9일 쇼케이스에도 타블로는 불참했다.

타블로는 의혹을 잠재울 만한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미디어가 대신 검증 중이다. 스탠퍼드와 접촉, 타블로의 학·석사 졸업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매체도 있다. 그래도 일부 네티즌들은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대학 입학시기 등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카페도 개설됐다.

타블로의 매니지먼트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타블로의 학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한 상태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등 여러 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한국은 학력을 중시한다. 힙합을 하는 자유로운 영혼 타블로는 이 점을 간과했다. 한국의 문화예술에서는 기의보다 기표가 한층 중요하다. 과거 도올(檮杌) 김용옥(62) 교수는 하버드대 학력시비가 일자 자신의 논문번호를 공개, 위조설을 불식시키는 정공법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