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나갈 각 당의 후보들을 선출하는 예비선거에서 '반(反)현역', '반(反)워싱턴' 바람이 불고 있다.

8일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11개주에서 동시에 실시된 예비선거에서는 여성 경영인과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단체인 티 파티(Tea Party)의 후원을 받은 후보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공화당 주지사와 연방상원의원 후보로 여성 경영자 출신의 멕 휘트먼(Whitman)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와 칼리 피오리나(Fiorina) 전 휴렛패커드사 CEO가 선출됐다. 약 8000만달러(약 1000억원)의 막대한 선거자금을 투입한 휘트먼 후보는 스티브 포이즈너(Poizner) 전 캘리포니아주 보험 커미셔너에게 낙승을 거뒀다. 그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제리 브라운(Brown) 전 캘리포니아 지사와 대결하게 된다.

5명이 출마한 공화당의 캘리포니아주 연방상원의원 예비선거에서 피오리나 후보는 막판 추격전을 벌인 톰 캠벨(Campbell) 전 연방하원의원을 따돌렸다. 피오리나 후보는 중간선거에서 4선에 도전하는 민주당의 바버라 박서(Boxer) 현 의원과 격돌하게 돼 상원의원 선거에서 보기 드문 '여여(女女)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박서 의원의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네바다주의 공화당 주지사 예비선거에서는 짐 기번스(Gibbons) 현 지사가 브라이언 샌도발(Sandoval) 전 연방판사에게 패배했다. 기번스 주지사는 올해 예비선거에서 불고 있는 '바꿔' 열풍에 휘말려 낙마한 첫 현역 주지사가 됐다. 네바다주 공화당 연방상원의원 후보 예비선거에서는 증세(增稅) 반대로 티 파티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샤론 앵글(Angle) 후보가 선출됐다. 앵글 후보는 오는 11월 티 파티가 '반드시 탈락시켜야 할 정치인'으로 꼽고 있는 해리 리드(Reid) 상원 민주당 대표와 맞붙게 돼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리드 대표의 아들인 로리 리드는 네바다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선출돼 부자(父子)가 나란히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티파티와 세라 페일린(Palin) 전 부통령 후보의 공동 후원을 받고 있는 여성 후보 니키 헤일리(Haley)가 공화당 주지사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해 22일 결선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아칸소주의 예비선거 결선투표에서는 블랜치 링컨(Lincoln) 현 연방상원의원이 승리, 가까스로 '반현역' 바람을 피했다.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의 최고경영자 출신인 멕 휘트먼 후보가 8일 미국 공화당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 펜실베이니아주와 켄터키주 등 4개 주에서 실시된 예비선거에도 기성 정치권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와 실망이 투영된 결과가 나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이적한 알렌 스펙터(Specter·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을 적극 지원했으나 당선시키지 못했다. 티파티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은 랜드 폴(Paul) 후보는 무명에 가까웠지만 켄터키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 중간선거 출마 자격을 얻었다.

8일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 유권자의 현역 의원들에 대한 지지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의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현역 의원을 다시 뽑겠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435명의 하원의원 전원을 선출하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예상돼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