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치열한 지역 예선을 뚫고 올라온 세계 32개국이 대결하는 남아공월드컵이 11일(한국 시각) 그 막을 올린다. 물론 이번 대회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이다. 하지만 한국과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가 함께 속한 B조만 쳐다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축제를 그냥 흘려보내기는 너무 아쉽다. A조부터 H조에서도 세계 정상급 팀들이 저마다 성공기(成功記)를 위해 젖먹던 힘까지 쏟아부을 것이다. 3주간 이어질 남아공월드컵 전체 조별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자. 더 행복한 월드컵의 밤이 기다리고 있다.


◆ A조   남아공·멕시코·우루과이·프랑스

전문가들이 예상한 A조 판세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대혼전'이다.

실력만 본다면 티에리 앙리, 프랑크 리베리 등이 버틴 프랑스와 강호들이 즐비한 남미 예선을 뚫고 올라온 우루과이가 16강에 오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근 법. 북중미의 맹주 멕시코의 실력이 절대 만만치 않은 수준이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브라질을 이끌고 1994년 미국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파레이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개최국 남아공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월드컵 사상 개최국이 1라운드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는 징크스도 남아공을 돕는다.


◆ C조   잉글랜드·미국·알제리·슬로베니아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독주 속에 남은 세 나라가 한장의 16강 티켓을 두고 맞붙을 전망이다.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를 비롯해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퍼드 등 수퍼스타들이 가득한 잉글랜드는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지휘 아래 1966년 자국 월드컵 이후 44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린다. 미국은 북중미 예선 1위를 차지한 탄탄한 조직력을, 알제리는 홈 대륙에서 열리는 이점을 앞세워 16강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동유럽 국가답게 파워 넘치는 플레이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슬로베니아도 충분히 이변을 일으킬 만한 전력을 자랑한다.

◆ D조   독일·호주·세르비아·가나

유럽과 아프리카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독일가나의 맞대결은 놓치기 아까운 명승부가 될 공산이 크다.

'전차군단' 독일은 통산 17번 진출한 월드컵 본선에서 1938년 프랑스월드컵을 제외하고 모두 1라운드를 통과한 저력의 팀이다. 가나는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올랐던 팀. 두 팀에서 활약하는 빅리거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한국을 맡았던 핌 베어백 감독이 이끄는 호주와 유로2008 8강에 올랐던 세르비아도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 E조   네덜란드·덴마크·일본·카메룬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북유럽의 강호 덴마크, 아프리카 축구의 돌풍을 이끌었던 카메룬.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는 가운데 일본이 끼어 있는 판세이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지향하는 토털 사커의 네덜란드는 두 말할 것 없는 축구 강국. 덴마크는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한방의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인 사뮈엘 에토오가 이끄는 카메룬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8강 신화의 재현을 노린다. 일본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패스게임을 풀어나가는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이지만, 16강에 오르긴 어려울 전망이다.


◆ F조   이탈리아·파라과이·뉴질랜드·슬로바키아

대회 2연패(連覇)를 노리는 이탈리아와 남미 예선에서 3위로 본선에 오른 파라과이가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의 주무기는 바로 빗장 수비. 칸나바로를 중심으로 짜인 단단한 조직력은 올해에도 이탈리아를 우승 후보로 올려놓았다. 파라과이는 본선보다 어렵다는 남미 예선을 1998년부터 4차례 연속으로 통과한 저력의 팀이다. 슬로바키아는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이다. 슬로바키아는 유럽 예선에서도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폴란드, 체코 등을 차례로 무찌르며 본선에 올랐다. 뉴질랜드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 이후 두 번째 본선 무대를 밟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에서 북한보다 약체로 뉴질랜드를 꼽았다.


◆ G조   브라질·북한·코트디부아르·포르투갈

이번 대회 최고의 '죽음의 조'. 긴 설명이 필요없는 축구 최강국 브라질,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디디에 드로그바가 이끄는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틴 포르투갈이 한 조에 속했다.

브라질이 조 1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코트디부아르와 포르투갈이 한 장의 16강 티켓을 놓고 혈투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세 팀의 실력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아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다만 이 세 팀 중 두 팀이 붙는다면 조별리그 명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북한은 이들과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단단한 조직력을 가진 북한이 호락호락 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들도 많다.

◆ H조   스페인·스위스·온두라스·칠레

무적 함대 스페인이 단연 돋보이는 가운데 스위스칠레가 2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세밀한 패스와 조직력을 앞세워 유로2008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은 남아공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10전 전승을 거두며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수비·미드필더·공격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선수 구성은 오히려 브라질보다 낫다는 평가다.

칠레와 스위스는 정반대의 경기 스타일로 맞붙는다. 남미 예선 2위로 통과한 칠레는 화려한 개인기와 스피드를 앞세웠고, 스위스는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한다. 온두라스는 1982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얼굴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