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벗기면 관객 든다? 온갖 포르노와 노골적인 섹스 동영상, 속된 말로 야동이 판을 치는 2000년대 한국 사회에서 극장가 야한 영화가 흥행 일선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판 야동에 비하면 사서삼경 수준의 도덕률을 강조하는 게 극장판 야한 영화다. 이같은 '야한 영화' 신드롬의 배경은 무엇일까.
모든 미학이 배제되고 절제의 섹시함이 결여된 야동에서 도저히 찾을수 없는 성적 환상이 밋밋한(?) 스크린 속 야한 영화에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1차 요인이다. 또 하나, 연기되는 톱스타 미녀들이 벗고 나온다는 영화 홍보사들의 노이즈 마케팅도 강력한 페르몬 향으로 뭇 남성들의 극장행을 유혹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청초한 미모라는 야누스적 아름다움을 갖춘 조여정이 사극 '방자전'의 흥행을 이끄는 중이다. '음란서생' 김대우 감독의 최신작 '방자전'은 지난 3일 막을 올린 후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며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선두를 달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4~6일 '방자전'은 전국 60만명 관객을 끌어모으며 누적관객 86만 5623명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기영 감독의 동명 고전을 리메이크한 '하녀'도 전도연 등 톱스타의 노출 연기라는 호재(?)를 발판삼아 240만명을 넘어섰다.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제리 브룩하이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최신작 '패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이나 북미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던 3D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의 파괴력도 조여정이 살며서 풀어제친 치마끈의 후끈한 열기를 당해내지 못했다.
'방자전'이 스크린 586개에서 60만명을 동원하는 동안 '페르시아의 왕자'는 560개 38만명, '드래곤 길들이기'는 428개 30만명이 관람하는 데 그쳤다. 개봉 4주차인 '하녀'가 박스오피스 7위로 롱런을 이어가는 사실과도 대조적이다.
한국영화가 야한 소재로 재미를 보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애마부인'이 불을 당긴 후 한동안 한국 극장가는 각종 에로물 홍수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이두용 감독의 '뽕' 시리즈를 비롯해 성적 흥미를 자극하는 사극 에로 영화들도 이 때 쏟아져 나왔다.
야한 영화의 그저그런 수준에 관객이 물리고 인터넷판 야동에 치였던 1990년대 후반부터의 암흑기가 물러나고 야한 영화에 다시 햇볕이 들기 시작한 건 '음란서생' '미인도' 등 야한 사극 영화들의 흥행 성공부터다.
화려한 사극 세트를 배경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톱스타 출연진을 갖춘 이들 작품들은 영화로서의 재미와 성적 호기심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성과를 이뤘다. '음란서생'은 조선 양반들의 두꺼운 도덕성 가면 아래 숨은 음란함을, '미인도'는 김홍도가 사실 여자였다는 반전을 기본 줄거리로 깔고서 출발했다.
이번 '방자전'도 고전 '춘향전'의 당연한 스토리를 180도 뒤집었다. 춘향을 사랑한 방자, 출세지향가 이몽룡, 사랑과 일 모두 성취하려는 욕망에 충실한 춘향 등으로 기존 캐릭터를 완전히 탈바꿈시킨 다음에 '에로'라는 양념을 듬뿍 뿌렸고 결과는 흥행으로 이어졌다.
과유불급, 옛말에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노골적 포르노가 판 치는 세상에서 감출 것 적당히 감춘 야한 영화들이 다시 득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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