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소마취제인 '엠카인2%주'(이연제약)는 1989년 10월 해당 성분 중 최초로 보험의약품으로 등재된 '오리지널약'이며, 현재 판매가는 2354원이다. 그런데 이 성분의 제네릭(복제약)으로 1997년 9월 보험의약품에 오른 '하나염산메피바카인주2%'(하나제약)는 현재 가격이 4630원이다. 상식과 달리 복제약이 오리지널약보다 비싼 것이다. 이 약품은 2002년을 기점으로 '가격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근육 이완제 성분의 오리지널약인 '스락신주'(유영제약·491원)도, 복제약인 '오티드주'(하나제약·866원)가 76%나 비쌌다.
◆오리지널약이 더 싼 이유
우리나라 의약품은 오리지널약 가격에 따라 복제약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2006년 12월 29일 이전에는 동일 성분의 1~5번째 복제약은 오리지널의 80~90% 수준, 그 이후로는 오리지널의 68~54.4% 수준으로 낮게 책정됐다. 당연히 오리지널약이 복제약보다 비싸게 마련이라, 정부는 '건보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오리지널보다 값싼 복제약을 써야 한다'고 권장해왔다.
그러나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 손숙미 의원실(한나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59개 성분의 의약품군(133개 제품)에서 복제약 약가가 오리지널약 약가를 추월하는 가격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일부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거품이 걷히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손숙미 의원은 분석했다.
보건복지부는 약제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2000년부터 의약품의 실거래가를 조사하고 있다. 정부에 신고한 상한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의약품을 적발해 의약품의 상한가를 깎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한가가 100원이라고 신고된 A의약품(오리지널약)과 그 복제약으로 상한가가 80원으로 정해진 B의약품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정부가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A의약품이 실제로는 70원에 거래됐다는 사실을 적발하면, A의약품은 약가 인하 과정을 거쳐 상한가가 70원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손숙미 의원은 "건보 재정 절감을 위해 실거래가 조사시 오리지널약의 가격을 인하하면 복제약도 연동해서 깎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싼 복제약이 더 잘 팔려
특히 2009년 기준으로 가격역전이 나타난 59개 의약품군 중 16개 군은, 오리지널 약이 더 싼데도 비싼 복제약의 매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방광질환 수술시 세정액으로 쓰이는 '유로솔액'(씨제이제일제당)의 경우, 오리지널약인 '유리온액'(중외제약)보다 매출이 54.8배나 많았다. 보험등재가는 유로솔액이 5204원, 유리온액이 5024원이었다.
철 결핍성 빈혈약인 '훼리탑캡슐'(일동제약)은 '산타몬캡슐'(고려제약)보다 매출이 19.8배 많았다. 오리지널약인 산타몬캡슐의 현재 보험등재가는 279원, 복제약인 훼리탑캡슐은 287원이다. 실제 병의원에서 싼 오리지널약보다 비싼 복제약을 더 많이 쓴다는 것이다.
효능이 비슷하거나 더 좋을 수 있는 값싼 오리지널약 대신 비싼 복제약의 매출이 크다는 것은, 현장에서 오가는 리베이트(의약품 구입 대가로 제약사들이 의사·병원·약국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것)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 오리지널약·제네릭(복제약)
오리지널약은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뜻하고, 제네릭(복제약)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을 복제해 동일한 성분으로 만든 약을 말한다. 복제약은 오리지널약의 약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보험 약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