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오면 불편한 것 중의 하나가 음식이지요. 선수들이 이국 땅에서도 어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앞둔 한국 선수단과 동행해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김형채 조리장(39)은 본지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신동일 조리사와 함께 하루하루 온 신경을 기울여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채 조리장은 지난달 20일 도쿄로 선수단에 앞서 출발한 뒤 1차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를 거쳐 2일 남아공으로 출발했다.
김 조리장은 남아공 출발에 앞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2006년부터 파주NFC에서 대표팀의 음식을 만들어온 김 조리장은 전남 순천이 고향으로 전북기계공고를 나왔다. 고교 졸업후 금속관련 회사에서 일하다가 군제대 후 평소 관심이 많았던 요리쪽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1998년 강원도 홍천의 비발디파크 한식당에 취직, 설거지부터 시작해 올해로 12년째 요리사의 길을 걷고 있는 상태다. 김 조리장은 파주NFC로 오기 직전 비발디파크 골프장 식당에서 일했다.
파주NFC 직원들이 붙여준 그의 별명은 '일하는 기계'. 손등에 화상을 입더라도 일을 하는 등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일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다음은 김형채 조리장과의 일문일답.
-하루 일과를 말해달라.
▶오전 5시에 기상한다. 아침은 숙소에서 준비한 웨스턴 스타일의 음식을 선수들에게 그대로 제공한다. 때문에 내가 특별히 조리하는 것은 없다. 다만 음식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점검한다. 점심과 저녁을 준비하고 식재료를 챙긴 뒤 밤 10시쯤 취침한다.
-점심과 저녁 메뉴는 어떻게 되는가.
▶점심과 저녁 때도 숙소에선 기본적으로 양식 뷔페를 준비하며, 이와 별도로 내가 한식을 만들어 제공한다.
서울을 출발할 때 50인분의 밥을 할 수 있는 압력밥솥 2개와 요리를 할 수 있는 전기밥솥 2개, 가스 버너 등을 준비해 왔다. 여기에다 밥을 하고 김치전골 등 전골을 기본메뉴로 준비한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메뉴가 전골류다. 김치전골을 비롯해 70가지 전골을 할 수 있다.
전골을 기본으로 하고 불고기와 갈비, 통돼지 바비큐, 각종 생선구이 등을 곁들인다. 생선은 갈치, 고등어, 연어, 대구, 가자미 등을 구입해 썼다. 밑반찬으로는 김치와 겉절이, 멸치볶음, 콩자반, 굴비채 등으로 구성한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동안 떡볶이와 칼국수도 한차례 제공했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때문에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 경기 당일에는 된장국을 주로 준비한다.
-음식재료는 어떻게 구하나.
▶한국을 떠나올 때 고추가루와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 등만 가져왔다. 나머지는 식재료는 현지에서 조달해 쓰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머문 기간에도 사전 섭외해둔 교포분한테 식재료를 구입했다. 남아공에서도 이미 교포 분과 얘기를 해놓은 상태로 현지에서 식재료를 구매해 쓸 것이다. 남아공에는 3000여명의 교민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배추와 무, 미나리, 쑥갓 등 필요한 모든 야채를 구할 수 있다. 생선은 킹크랩과 랍스터, 고등어를 주로 구입할 것이다. 신선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대표팀의 원정경기 때는 현지에서 식재료를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대표 선수 중 대식가가 있다면.
▶특별히 음식을 엄청 많이 먹는 선수는 없다. 거의 모든 선수가 몸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과식을 하지않고 음식을 가리지도 않는다. 이곳에선 철판볶음을 제공하지 않는데 파주NFC에 있을 때 박지성 선수가 철판볶음을 아주 좋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요리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요리 만들기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는데 어머니가 밖에서 일을 하신 경우가 많아 직접 각종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흥미도 있었다. 공고를 나와 회사에 취직했는데 적성에 맞지않는 것 같아 결국 요리사의 길을 가고 있다.
-파주 NFC에선 어떤 동기로 일하게 되었나.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맡았을 때 조리장을 했던 분이 소개해줘 2006년부터 일하게 됐다. 평소 축구를 좋아했기 때문에 조건을 따지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 한국축구를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