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지영 기자] 이병훈 감독이 '동이' 촬영에 들어가며 부감감이 너무 컸다고 밝혔다.

일요일 아침 뉴스 프로그램 MBC '뉴스와 인터뷰'에서는 최근 20%를 넘기며 월화극 정상을 차지한 '동이'의 연출자 이병훈 감독을 만났다.

이병훈 감독은 "드라마 방영전 '벤쿠버'의 김연아 선수처럼 부감감이 컸다"며 "온 나라가 정전이 돼 내 드라마를 볼 수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부담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이야기에서 숙빈 최씨를 소재로 삼은 이유와 화제가 됐던 숙종 캐릭터를 설정하게 된 이유 등을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석 달 가까이 방송된 '동이'. 제작 발표회 당시 인터뷰에선 '밴쿠버 앞둔 김연아 선수 입장이다' 그만큼 부담이 많이 된다고 했는데 (부담감이 어느 정도인가) ?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때론 성과가 있고, 그 다음 작품을 준비할 때 많은 시청자들이 그 기준치에 선을 놓고 그것보다 더 나은 작품을 기대하기 때문에 기대감에서 오는 부담감,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다. 어떤 때는 오늘밤은 전부 정전이 돼서 시청자들이 내 드라마를 안 봤으면 이런 생각 날 때도 있고 아주 심해서 소화도 잘 안되고 신체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되기도... 첫 방송 나가서 잘되건 못되건 심판을 받고 나면 조금 편해진다."

-그런데 이병훈 드라마하면 '가마솥 시청률'이란 이야기가 있는데 왜 그런가?

"드라마는 보통 스토리성과 등장인물이 개성 있고 매력있는 인물이냐. 두 가지를 가지고 드라마가 재밌고 없고를 판단한다. 그래서 아무래도 사극의 경우는 스토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지고 일정한 공감을 얻으려면 일정기간이 필요하다."

-보통 숙종 이야기하면 장희빈이 주인공인데 이번엔 숙빈 최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장희빈 이야기는 사극에서 다루는 소재 중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라 장희빈을 또 다룬다면 시청자들이 식상할 소재다. 보통 장희빈 하면 장희빈, 숙종, 인현왕후가 주인공인데 거기 조역, 단역으로 나온 인물을 한번 시각을 바꿔 주인공으로 삼아보자 생각하다가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를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천민이 훌륭한 임금을 키우고 낳았을까 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묻혀진 인물을 한번 새롭게 발굴해서 조명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또 그렇게 되면 그 시대 나왔던 숙종이나 인현왕후, 장희빈은 조역으로 밀리게 되니까 드라마, 그 시대를 다른 각도에서 보는 의미가 되고 또 인물을 새롭게 발굴 내지 각도로 보는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그 소재를 선택하게 됐다."

-대장금에서부터 이산, 동이에 이르기까지 궁궐 여성들의 성공스토리를 다루는 이유는?)

"사실 여자를 소재로 드라마 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왜냐면 드라마적으로 그릴만큼 적절한 인물이 없다. 그래서 나는 첫째로 여자 다룰 경우 성공한 이야기를 우선으로 한다. 성공한 이야기는 누구나 즐거운 이야기고, 전문직으로 인생의 성취를 얻고자 하는 것이 많은 여성들의 꿈이니까. 그 꿈을 드라마에서 한번 보여주는 거지."

-지엄하신 숙종이 촐랑대는 것 같기도 하고... 화제가 된 숙종 캐릭터를 설정한 이유는?

"조선만 따져도 27명의 임금이 다 똑같이 근엄하고 엄숙하고 무뚝뚝하고 원칙만 지키는 엄한 느낌의 임금만 절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숙종은 자료를 보면 조선에서 가장 절대 군주. 14살에 임금이 되어서 카리스마 넘치고 파워있고 아주 능력 넘치는 임금이다. 숙종이야말로 내가 평소 한번 그려왔던 자유분방한 임금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 해서 한번 했다."

-'허준' 이후 만들어진 퓨전 사극, 이른바 ‘이병훈 표 사극’이 탄생한 배경은?

"사극한다니까 대학생 우리딸이 사극 하지 마라. 아무도 안 보는거 뭣 하러 하나 해서 충격 받았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사극을 만들어야겠다 고민을 해서 장치를 아주 많이 했다. 그 중에 스토리를 굉장히 빨리 간다든가 대사를 어려운 고어체로 하지 않고 약간 현대극처럼 간다든가, 의상을 색깔을 입혀 흰옷 대신 파스텔톤의 한복을 만들었다. 또 음악도 국악보다는 뉴에이지 음악을 많이 썼다. 그러다보니 나만의 사극이 나오게된 것 같다."

-이제 28회가 남았는데 시청자들에게 권하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이 드라마가 역사에 근간을 하지만 픽션을 많이 창작하기 때문에 80% 이상이 작가와 제작진이 만드는 창작물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 내용을 합쳐서 보실 필요는 없지 않겠나. 큰 틀만 보시고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시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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