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6일부터 본토의 F-22 편대 일부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천안함 사태 때문에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보도다.
본지 5월 28일
F-22는 사상 최강의 전투기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전투기 역시 '무덤'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수명이 다한 전투기들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전투기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 미국 애리조나주(州) 투손 사막 한가운데 있다.
미 공군이 운영하는 '309 비행정비부대(AMARG)'다. 전투기와 수송기 등 각종 군용 항공기 4000여대가 상주한다. 무덤의 부지는 1052만1800㎡로, 국제규격 축구장 1400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해발 800여m 높이의 사막에 이런 기지를 마련한 이유는 비행기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알칼리성 토양에다 비가 자주 내리지 않아 실외에 둬도 기체에 녹이 슬 염려가 적다. 주변에 건물이 없으니 민원 걱정도 없다.
미라처럼 하얀 플라스틱 코팅물질을 동여맨 비행기는 겉은 멀쩡해도 속은 대부분 비어 있다. 그래도 유사시엔 내부에 부품을 장착하고 출격할 수도 있다. AMARG는 전투기를 내다버리는 폐기장이 아니라 재활병동에 가깝다.
수명이 다한 듯한 비행기도 이곳에서 정비를 거쳐 실전에 재배치되기도 하고 외국으로 팔리는 경우도 많다. 적기(敵機) 모형으로 쓰거나 무인 비행기로 재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부품만 따로 떼어 다시 쓰거나 화물기로 다시 만들기도 한다. 물론 박제 동물처럼 박물관으로 가거나 아예 폐기될 수도 있다. 이곳의 항공기를 출시가격으로 따지면 350억 달러(42조원)쯤 된다.
B-1 폭격기, F-14 전투기, A-10 공격기 등 왕년에 한가닥했던 비행기들이 줄 맞춰 서 있다. B-52 폭격기는 기체가 낱낱이 분리돼 덩그러니 놓인 적도 있다. 옛 소련은 인공위성으로 B-52가 해체된 것을 확인했다.
이곳은 관광 코스로도 인기다. 가이드가 동행하는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인근 박물관이 발 빠르게 만들었다. 미국의 비행기 묘지는 이곳 말고도 더 있다. 모하비 사막에 민항기를 대상으로 하는 공간이 있다.
군용기 AMARG와 달리 모하비 공항은 민간·상업용 항공기를 돌보고 있다. 비행기 묘지도 경기(景氣)를 탄다. 항공 또는 군수산업이 얼마나 활발한지에 따라 투숙 기수가 결정된다.
조성 초기였던 2차 세계대전 직후에 북적였다가 60~70년대 항공산업이 뜨면서 뜸해졌다. 이곳에서 놀던 비행기들이 화물기로 개조돼 현장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비행기들이 다시 돌아온 건 1970년대 중반 오일 쇼크 때다.
1990년대 호황으로 텅 비었던 비행기 묘지는 2001년 9·11 테러로 다시 차기 시작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곳을 다시 찾는 항공기도 늘었다. 한국에도 전투기 무덤이 있을까. 공군은 없다고 밝혔다.
퇴역 전투기를 위장용으로 쓸 때도 있다. 공군기지 안에 간이 격납고를 만들고 그 안에 비행기를 넣어 적군이 착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디코이(decoy) 항공기는 적의 공습을 기만하려는 용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