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50대 택시기사가 거리에서 무고한 시민을 향해 무차별 총기를 난사, 12명을 숨지게 하고 25명을 다치게 한 참극(慘劇)이 2일 영국 북서부 해변도시 컴브리아에서 발생했다.
영국 BBC방송, 텔레그래프지(紙) 등의 보도에 따르면 범인 데릭 버드(52)는 이날 아침 어머니의 재산 상속문제로 평소 갈등을 빚어온 동생 데이비드와 유산 상속 중개인을 총으로 살해한 뒤 10시 35분쯤 자신이 택시기사로 일하는 해변도시 화이트헤이븐시(市) 택시 차고지에 나타나 동료 택시기사 2명에게 엽총을 난사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택시를 몰고 3시간30분 동안 40㎞가량 이동하며 도로에서 마주친 불특정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질을 했다. 이 과정에서 들판에서 잡초를 뽑던 농부, 주택가를 돌며 상품 안내 전단을 배달하던 70대 노인, 자전거를 타고 있던 시민 등 30여명이 총탄을 맞았다.
범인은 이날 오후 화이트헤이븐시에서 남동쪽으로 20㎞가량 떨어진 호숫가 숲속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범행 후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여년간 택시 운전을 해온 용의자는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마을 주민, 동료 운전기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밝혀져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전날 밤 친구와 동료 택시기사들에게 "내일 큰 난동이 있을 거다. 다시는 내 얼굴을 못 볼 거다"고 말해 전날 이미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건은 1996년 스코틀랜드 학교에서 괴한이 총기를 난사,16명의 어린이와 교사를 숨지게 한 사건 이후 최악의 총기 난사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