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T―뉴스 이인경 기자] 힙합 가수 겸 연기자 전병기(35)가 길(본명 길성준, 33)이 자신을 벤치마킹한 사연을 공개했다. 전병기는 최근 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리쌍의 멤버이자 예능인인 길과 얽힌 독특한 사연을 털어놨다. 길이 1999년 '어둠의 래퍼'로 떠오르던 시절, 그는 '빡빡머리'에 금니를 심고 온몸에 문신했지만 원조는 바로 전병기였던 것.

두 사람은 힙합그룹 엑스틴(X-TEEN)에서 래퍼로 활동했다. 전병기는 '빅머니'(Big Money)라는 이름의 객원 멤버였고, 길은 정식 멤버였지만 이후 허니패밀리로 팀을 옮겼다. 그러나 둘은 서울 송파구 잠실 출신으로 동네에서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김혜수의 동생인 김동희 김동현, 리쌍의 게리와 길, 배유 류승범 등도 모두 학창시절 친분을 쌓았던 또래였다. 이중 전병기는 독특한 외모 때문에 힙합계에서도 튀는 존재였다. 우선 빡빡머리에 팔뚝에는 커다란 타투(문신)가 있으며, 웃을 때 앞니에서는 번쩍번쩍 금니가 빛났다.

전병기는 "힙합 쪽에서는 그때 금니를 심는 게 일종의 유행이었다. 원래 있는 앞니에 금을 씌웠는데, 어느 날 길이 오더니 '형님처럼 금니를 만들려면 어떡해야 하냐'고 묻더라. 장난 삼아 '네가 앞니 뽑고 오면 가르쳐 줄게'라고 했는데, 길이 진짜로 옥수수(이빨)가 털린 채 나타났다"며 웃었다. 그는 "속으로 미안했다. 길은 나도 생니를 뽑아서 금니를 심은 건 줄 알았다. 진짜로 길이 앞니를 뽑고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도 금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물론 길은 이빨이 썩어서 부러진 김에 금니를 심으려 작정했던 거였다. 하지만 전병기의 영향을 받은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

전병기는 "여러 헤어스타일을 시도했었다. 데프콘은 저리 가라였다. 레게, 드래드 등 여러 파마를 해봤는데 운동 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빡빡머리가 제일 속시원하더라. 문신은 당시 시술하는 데가 거의 없어서 일본 가서 해왔던 거였다"며 웃었다.

중고등학생 때 유도,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다. 덩치가 큰 편이지만 강호동처럼 근육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가 눈길을 끈다.

그는 "어릴 때 (김)혜수 누나네 놀러가곤 했는데, 여배우라기보다 여느 동네 누나처럼 털털해서 좋았다. '병기 왔니~'하며 엉덩이 두들겨 주시는데 아직도 그러면 민망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지인들의 소개로 가요계 오디션을 본 그는 유명 작곡가인 김형석에게 발탁돼 팀을 준비했다. 케이블 Mnet '힙합더바이브' MC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가요계 침체와 맞물려 팀이 해체됐고 일자리를 잃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무술 유단자로서 액션 영화에 스턴트맨으로 활약할 기회가 주어졌다. 류승범의 소개로 단편 영화나 뮤직비디오 오디션을 본 뒤 영화 '비열한 거리'에도 출연했다. 또 신재명 무술감독의 눈에 들어, 할리우드 액션 영화 '춤추는 닌자'(비벌리힐스 닌자2)에까지 발탁됐다. 강정화와 홍콩 스타 증지위 등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하고, 할리우드 톱스타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나오는 대작이라 기대도 컸다.

"신 감독님이 영화의 한국 로케이션 분량, 총무술감독이셨다. 오디션을 보라 권유하셔서, 미국 제작진에게 내 데모 테이프를 보냈다. 영화 감독님이 좋아하시며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다. 2008년 말 한달 동안 제주도에서 촬영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언제 개봉될지 모르겠지만, 무척 궁금하다."

올해 초 '주유소 습격사건2' 이후 이달 14일부터 방송 중인 SBS E!TV 골프시트콤 '이글이글'에서는 코믹 감초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톱스타로 나오는 이세나를 보필(?)하는 매니저 역할이다. 덩치와 안 어울리게 무서운 거 보면 피하고 우는 찌질한 남자인데, 내가 봐도 재미있다. (김)동희와 샤워신을 찍을 때에는 성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첫 노출신이 동희와 걸려서 비교될까 봐 걱정도 된다.(웃음)"

전병기의 목표는 길 같은 멀티테이너가 되는 것. 이미 예능 경력이 풍부한 그는 가수, 배우 등과 절친한 풍부한 인맥의 소유자. 오락 프로그램에서 입담이 한번 터지면 긴장할 연예인들이 한둘이 아닐지도 모른다. 올해 엑스틴 재결성 앨범을 끝마쳐놓기도 한 그는, 10여년만에 가수 활동도 재개할 계획에 들떠 있다.

"연기, 음악, 예능 뭐하나 욕심나지 않는 게 없다. 이젠 빅머니가 아닌 전병기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다!"

< best@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