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싸움계의 '지존'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싸움소 '범이'가 은퇴 후 7개월여만에 세상을 떠났다. 경남 의령군은 "하영효(72·의령읍 만천리)씨 소유의 싸움소 범이가 최근 들어 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지내다 지난 22일 오후 7시 숨졌다"고 23일 밝혔다.

범이는 통산 전적 194전 187승 7패. 전국 소싸움대회 갑종(741㎏ 이상) 부문에서 18회 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범이는 작년 10월 4일 의령읍 전통농경문화테마파크 민속경기장에서 2000여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공식 은퇴식을 갖기도 했다. 이 은퇴식엔 의령군수와 군의회 의장도 나와 감사패와 꽃다발을 증정했다. 최근에는 5부작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 전국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1997년 범이를 사들여 인연을 맺은 주인 하씨는 “범이는 이제 소싸움계의 ‘영원한 전설’이 됐다”며 “24일 오전 장례를 정중하게 치르고 미리 정해 놓은 나의 장지 건너편에 무덤을 만들어 영원히 마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씨는 할아버지·아버지에 이어 3대째 소싸움계를 주름잡고 있는 ‘소싸움 명문가’ 출신. 아들 창일(36)씨도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