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T―뉴스 이인경 기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칸영화제에서 호평받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들이 '시'의 엔딩을 장식한 '아네스의 노래'에 대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듯하다는 해석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마이클럽 등 여러 연예게시판에는 최근 "이창동 감독의 '시', 그리고 노무현"이라는 제목으로, 이창동 감독과 노무현 대통령의 인연을 관계지으며 '아네스의 노래'를 분석한 한 네티즌(cleen21)의 글이 올라와 유포되고 있다.
이 네티즌은 "이창동 감독이 지은 '아네스의 노래' 내용을 보면,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는 듯하다. 이창동 감독은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에 문화부장관까지 한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이번 영화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노코맨트하고, 관객이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시를 듣자마자 분명 감독님이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고 쓴 시라는 게 느껴졌다. 그런 연관성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예술적이고 영화적 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네티즌들은 "진짜 그분을 생각하고 쓴 시 같다" "시를 읽으니 눈물이 나온다. 어둠이 오면 정말 다시 촛불이 켜질까?" 등 동조하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한편 이창동 감독은 '시' 언론시사회 당시 '아네스의 노래'에 대해 "영화 속 미자(윤정희)가 쓴 시는 내가 쓴 시이다. 미자의 조카에 의해 성폭행당하고 자살한 여중생의 세례명에서 따온 '아네스'는 동정녀, 순교자라는 의미도 지닌다.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는 윤정희의 파격적인 열연과 절제되면서도 사실감 있는 스토리로 호평받았으며, 13일 개봉됐다. 다음은 '아네스의 노래' 전문. < best@sportschosun.com>
아네스의 노래
양미자(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