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 F1 (포뮬러 원) 경주는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기술력으로 승부가 갈린다. 각 팀은 경쟁자보다 0.01초라도 빨리 달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를 쏟아붓는다.
올 시즌 F1은 맥라렌 팀이 도입한 기술인 '에프덕트(F-duc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에프덕트는 한마디로 차체를 타고 흐르는 공기 흐름에 변화를 줘서 직선 주로에서의 스피드를 끌어올린 것이다. 맥라렌의 경주차는 에프덕트 덕분에 직선 구간에서 시속 3~4㎞의 스피드를 추가로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한 차이 같지만 효과는 분명하다. 올해 5번의 레이스를 치른 가운데 맥라렌은 팀 순위 1위, 드라이버 부문 1위(젠슨 버튼)를 질주하고 있다.
■다운 포스 줄여 '스피드 업'
F1 경주차엔 비행기 날개를 거꾸로 뒤집은 모양의 날개(프런트 윙, 리어 윙)가 붙어 있다. 비행기를 하늘로 뜨게 만드는 양력(揚力)을 반대로 적용해 고속 주행에도 차체가 지면에 달라붙게 하는 다운 포스(down force)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다운 포스가 만드는 강한 접지력이 코너를 돌 때는 유용하지만 직선 주로에서는 오히려 스피드를 떨어뜨리는 '애물단지'가 된다. 경주차 뒷날개에 걸리는 다운 포스를 줄여 직선 구간에서의 스피드를 끌어올린 것이 바로 맥라렌의 '비책(秘策)'인 에프덕트이다.
에프덕트의 원리는 이렇다. 멕라렌 경주차는 차체 앞에 부착한 스노클(snorkel)로 들어온 공기가 관(duct)을 타고 운전석과 경주차 뒷날개(rear wing) 등 양 갈래로 빠져나간다. 〈그래픽 참조〉 운전석 쪽 공기 배출구는 드라이버가 왼쪽 무릎으로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경주차가 직선 주로에 진입하면 드라이버는 브레이크를 밟는 왼쪽 다리로 대신 공기 배출구를 막는다. 이러면 경주차 뒷날개 위로 배출되는 공기의 양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것이 다운 포스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에프덕트' 복제 바람
페라리·메르세데스 등 경쟁 팀들은 앞다퉈 기술 복제에 들어갔다. 페라리는 지난 9일 스페인 그랑프리 때 에프덕트를 선보였고, 레드불도 오는 28일 터키 그랑프리부터 에프덕트를 도입할 태세다.
김재호 MBC 해설위원은 "출전팀들이 엔진 등 자동차의 출력을 높여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제한되자 에어로다이나믹(aerodynamic·공기역학)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6일(한국 시각) 오후 9시에 시작하는 모나코 그랑프리에서는 에프덕트의 위력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모나코 그랑프리는 일반 도로를 개조한 서킷(경주용 트랙)이라서 직선 구간이 짧고 급커브가 많아 '저속 레이스'가 펼쳐지는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