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선수의 첫 과제는 역시 적응이다.
13일 오후 3시쯤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지바 롯데 김태균을 만났다. 김태균은 트레이너 손세진씨, 통역 김영롱씨와 함께 스트레칭을 준비중이었다.
"일본 첫해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아 한국에서 취재하러 왔다"고 말을 건네자 김태균은 "잘하긴요, 9빵인데"라며 웃었다. 앞선 2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에 그친 걸 뜻했다. 지난 8일 오릭스전에서 3점홈런을 터뜨린 뒤 잠시 주춤한 상태다. 특히 교류전 첫 경기인 12일 요코하마전에서 무안타에 그친 게 다소 마음에 걸린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김태균은 "조금 할만 하니까 또 어려워지네요"라고 말했다. 교류전에 앞서 퍼시픽리그의 5개 팀과 모두 상대해봤고, 그들을 상대로 9홈런을 뽑아냈었다. 개막 직후 6연타석 삼진이 언제 있었던 일이냐는 듯 맹타를 휘둘렀다.
조금 즐길만 하니 교류전이 시작됐다. 이젠 새로운 팀들과 한달여간 맞붙어야 한다. 김태균은 "낯선 장소로 자꾸 바뀌는 게 어려워요. 특히 요코하마 스타디움에 와보니 야구장이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드네요"라고 했다.
환경만 낯선 게 아니다. 이날 요코하마 선발투수는 김태균이 처음 상대해보는 메이저리그 출신 오카 도모카즈였다. 오카는 김태균과 세타석을 상대하는 동안 컷패스트볼을 주무기로 공 11개 가운데 9개를 철저히 외곽으로 찔러댔다. 좋은 공을 절대 안 주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같은 근심과 어려움을 계속 표출한다면 또한 김태균이 아니다. 최근 LG 이진영이 스포츠조선 '10대1 인터뷰'에서 "내가 강민호보다 머리가 훨씬 작다. 다음에 실제로 한번 재보자. 그래도 역시 제일 대두는 김태균이지"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 얘기와 관련해 김태균은 "그 형(이진영)은 인정을 못해요. 열이면 열 모두 나보다 진영이형이 머리가 크다 하는데 꼭 혼자 우겨요. 연말에 한번 재보자구요"라며 껄껄 웃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에서 김태균은 시즌 10호째 3점홈런을 터뜨렸다. 경기 직전의 푸념이 종료후 기쁨으로 바뀔 수 있었던 건, 스트레스를 웃음으로 달래는 김태균만의 느긋한 성격 덕분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