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현지 시간) 제 63회 칸국제영화제의 막이 오른다. 국내 영화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시'(감독 이창동)와 '하녀'(감독 임상수)를 비롯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하하하'(홍상수)가 진출하는 등 총 3편의 영화가 칸의 초청을 받아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충무로에서는 국내 영화가 칸의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기분좋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세편의 작품은 모두 절제된 베드신을 연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윤정희, 전도연 등의 절제된 정사 신으로 관심을 모은 세 작품의 노출 수위를 비교해봤다.
▶노출보다 음향 효과 강조한 '하녀'
지난 4월 '하녀'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자 큰 관심이 쏠렸다. 결혼 후 3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전도연이 파격적인 노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바람난 가족' 등에서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였던 임상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에, '하녀'의 베드신이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번 베드신은 다소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이 대세를 이뤘다. 비록 전도연의 전라 노출이 있기는 했지만, 전작 '해피엔드' 등에서 보여준 수준에는 훨씬 못미쳤다. 직접적인 노출을 통한 시각적인 효과보다는 청각적인 효과와 대사를 강조했다는 평이 많았다. 전도연은 "이번 '하녀'는 노출 면에서 '해피엔드'보다 세지 않다. 생각보다 파격적이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도 시인했다.
▶거장의 절제된 연출 '시'
영화 '시'는 당초 노년 배우 윤정희(66)와 김희라(63)의 몸을 사리지 않는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윤정희는 상반신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내는 과감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영상물 등급위원회는 '시'에서 성적 행위와 노출 등 선정적인 부분이 등장하지만, 폭력성, 대사 및 주제 부분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으로 15세 이상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배우들의 파격적인 정사 신과 다소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노출신으로 충분히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거장다운 절제된 영상 처리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상 처리로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보다도 훨씬 더 큰 효과를 냈다는 평이다.
▶베드신보다 삶의 철학에 더 중점 '하하하'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도 베드신 수위가 높지 않다. 홍 감독이 전작 '생활의 발견', '오!수정' 등에서 보여줬던 파격적인 베드신과 비교해 볼 때 크게 낮춰진 수위다. 지난 4월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주연 배우인 문소리는 "예전에는 (홍감독의 작품에) 노출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이불을 덮어주셨다"는 말로 이번 영화의 수위를 에둘려 표현했다. 문소리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예지원, 김규리 등의 여배우들의 노출이나 자극적인 정사 장면 역시 없다. 하지만 수위 높은 베드신도, 폭력장면도 없는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는 홍 감독이 그렇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기를 원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은 "나이 좀 든 사람이 봐야 이해할 것 같아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전작보다 수위가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히 의도해서 연출한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