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재킷에 청바지를 같이 입는 사람을 비웃던 시대가 있었다.

이들에게 붙여진 딱지가 바로 '패션 테러리스트'. 너무 끔찍한 패션을 선보여 보는 이들을 괴롭게 한다는 뜻이다. '공포의 청청패션'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구멍 난 스타킹·레깅스 신은 사람, 온몸에 레이스 둘둘 감은 사람, 번쩍거리는 금장 시계 찬 사람, 티셔츠 바지 속에 넣어 입고 벨트 찬 사람도 주변의 한심한 눈길을 한몸에 받았던 건 마찬가지.

한데 올해는 '패션 테러리스트' 조건에 해당되는 바로 이런 패션이 유행이란다. 물론 옛날 욕먹던 그대로 입어선 안 된다. 해마다 통하는 '잘 입는 방법'이란 늘 따로 있는 법이니까.

‘청청패션’이라도 진한 컬러의 셔츠(카이아크만)와 물 빠진 점프수트(디젤)에 체크무늬 셔츠(바나나 리퍼블릭)를 함께 입으니 발랄한 느낌. 벨트는 보브, 신발은 나인웨스트.

공포의 청청패션… 색깔을 달리 입어라

위아래를 모두 청바지 소재(jean)로 입어주는 '청청패션'은 1980년대 이후엔 죄악시됐던 코디방법이다. 니콜 리치, 린제이 로한 등을 패셔니스타로 만든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일리스트 레이첼 조(Rachel Zoe)가 공공연하게 "위아래 모두 데님으로 입는 건 정말이지 심각한 판단 착오"라고 말했을 정도.

따라서 올해 유행이라고 무턱대고 같은 색깔과 소재의 데님을 위아래 세트로 입어주는 우(愚)는 범하지 말 것. 스타일리스트 서정은씨는 "데님이라도 소재와 컬러가 천차만별"이라며 "이런 난감한 패션을 멋지게 소화할 자신이 없다면 다른 느낌의 데님을 위아래로 입는 게 무난하다"고 말했다.

바지가 진한 컬러라면 위에 입는 재킷이나 셔츠는 물이 빠져 흰색에 가까운 데님을 선택할 것. 반대로 셔츠를 진한 컬러로, 아래 입는 바지나 스커트를 워싱이 많이 들어간 아이스 진(ice jean)으로 택해도 괜찮다.

위아래 옷 사이엔 소위 '분할점'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티셔츠를 밝은 톤으로 입거나, 가늘고 얇은 벨트를 매어 데님과 데님 사이에 또 다른 컬러 포인트를 하나 더 두는 것. 대놓고 청바지에 청셔츠나 청재킷을 입은 느낌을 주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입을 수 있다.

세로로 스팽글이 달린 레이스 레깅스(지컷)는 다리로 향하는 시선을 분산시킨다. 윗옷은 무채색 티셔츠(코데스 컴바인)와 원피스 셔츠(지컷)를 겹쳐 입었다. 가방은 코치, 신발은 탱커스.

구멍 난 레깅스… 강약(强弱)을 조절하라

작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구멍 난 레깅스. 레깅스를 찢은 듯 만들어 놓아 살짝 민망하기까지 한 이 패션은 외국 할리우드 스타들부터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포미닛' '2NE1' 등이 애용하면서 널리 퍼졌고, 여기에 발맞춰 올해는 레이스 레깅스도 대거 출시됐다.

문제는 다리 곡선을 매우 강조해, 더 뚱뚱해 보일 수 있다는 것. 특히 구멍이나 무늬의 간격이 일정하면 더더욱 다리가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다.

강약(强弱)이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게 대안. 찢어진 레깅스라면 한 군데만 구멍이 크게 난 제품을 살 것.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구멍을 낸 제품은 웬만하면 피하는 게 낫다. 살이 마구 비어져 나와 역효과를 낸다.

레이스 레깅스는 옆으로 길게 세로줄 장식이 달린 식으로 한 군데로 눈길을 모아주는 제품을 찾을 것. 다리 전체 굵기에 시선이 가는 걸 막아준다.

무릎 바로 아래까지만 오는 짧은 제품도 추천. 긴 원피스 셔츠를 입고 무릎 아래까지만 오는 레이스 레깅스를 신으면 과도하게 멋 부린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왼쪽부터) 적절한 색깔 배합 덕분에 데님 조끼(탱커스)에 데님 팬츠(디젤), 금장시계(닉슨바이갤러리어클락)를 매치했지만 과한 느낌이 없다. 짧은 길이의 레이스 레깅스(탱커스)는 원피스와 재킷(BNX), 가방(란셀)아래 적절한 포인트가 된다.

티셔츠 넣어 입을 땐… 재킷이나 베스트

티셔츠를 바지에 집어넣고 벨트를 매는 패션도 최근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다. 아저씨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면 이때 바지는 스키니진이나 일자바지보단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이 헐렁한 배기팬츠가 낫다. 티셔츠와 바지가 만나는 부분엔 벨트를 감아 허리를 강조하고 아랫부분을 느슨하게 만들어주면 멋스럽다. 재킷이나 베스트를 함께 입어주는 것도 방법. 배를 너무 드러내지 않아도 되니 말끔하고 자연스런 연출이 가능하다.

옛날 홍콩 영화에나 등장했던 큼직한 금장 시계도 다시 유행이다. 너무 번쩍거리는 제품을 고르지 않는 게 포인트. 동그란 것보단 네모난 제품이 요즘 옷에 더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