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렁쇠 소년' 윤태웅 고백 |
…tvN 간판 프로 출연 계기돼 |
"강호동과 이승기는 내 인생의 전환점!"
강호동과 이승기는 그들이 한 6년차 연기자에게 이런 말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강호동 이승기가 '띄운' 이 배우는 탤런트 윤태웅이다.
우리 나이로 서른이지만 아직도 신인. 2005년 연극 무대에서 데뷔한 그는 최근 주연을 맡았다. 케이블 채널 tvN의 간판 프로그램 '롤러코스터'의 코너 '헐(her)'이다. 윤태웅이라는 이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헐'의 늘 당하는 남자친구라고 하면 "아…!"하고 무릎을 친다.
"최근 길을 가다 어떤 커플이 '헐'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는 걸 직접 봤어요. 얼마나 반가운지, 붙잡고 무슨 얘기냐고 묻고 싶었는데 차마 그러지 못했죠."
'롤러코스터'를 모른다 해도 최근까지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지하철 광고 모델이었다고 하면 알아보기도 한다. "비록 제가 나온 대형 광고 아래 서 있어도 알아보는 사람은 없지만요. 하하."
윤태웅은 사실 유명인이다. 88올림픽 때 전국민 앞에 섰던 '굴렁쇠 소년'이 바로 그다. 그 경력은 빛이기도 했지만 짐이기도 했다. "'굴렁쇠 소년'이 아닌 제 연기를 봐 줬으면 했어요." 어린 시절의 경력은 화려했지만, 그뿐이었다. 무명 연기자의 삶은 굴렁쇠와 달리 쉽게 굴러가지 않았다.
강호동 이승기가 윤태웅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그런 고민이 극에 달해 슬럼프가 온 지난해 가을이었다. 포기할까 하는 고민 끝에 최고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출연이라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벗어던지고 싶었던 '굴렁쇠 소년' 이미지는 그 행운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너무 힘이 들어서 다 관두고 직장이라도 알아봐야 하나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2009년은 그냥 버리자 생각하고 긴 여행 계획을 짰죠. 첫 여행지가 군복무를 했던 연평도였어요. 그런데, 제가 사진 찍으려던 장소에 '1박2일' 팀이 와 있는 겁니다."
신인 탤런트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어떻게든 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작가로 보이는 분에게 제 소개를 간단히 했어요. '내가 바로 굴렁쇠 소년'이라고(웃음)." 이 말을 들은 '1박2일' 제작진은 윤태웅을 들여보냈고, 그는 강호동 이승기와 함께 전파를 탈 수 있었다.
이 일로 그는 '우연히 만난 게 아니라 미리 섭외된 것', '뜨기 위해 뭔가 수를 써서 출연한 것'이라는 등 온갖 조작설에 휘말렸다. 윤태웅은 "조작설은 억울하죠. 사실 이 얘기는 강호동 이승기씨가 진행하는 '강심장'에 나가게 되면 하려고 했는데, 섭외가 아직 안 오네요"라며 웃었다.
'1박2일' 덕분에 그는 '롤러코스터'와 인연을 맺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1박2일'을 본 '롤러코스터' 이성수 PD의 부인이 "저 사람 괜찮지 않냐"고 언질을 줘서 총감독님이 저한테 미팅을 제의한 거였어요. 슬럼프 끝에 여행간 거였는데, 거기서 길이 생겼죠."
지금은 '롤러코스터'에서도 비중이 커졌지만 코너가 자주 바뀌는 프로그램 성격상 또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윤태웅이 '언제 어디서든 멋지게 보이고만 싶은' 천상 연기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도 계속 '장인 정신'이 엿보이는 고민 중이었다. "'헐'에서 스파이더맨 복장을 입는 장면이 있는데, 싼 의상은 너무 폼이 안 나는 거에요. 찾아봤더니 40만원을 주면 괜찮은 걸 사 입을 수 있어요. 그런데 딱 1초 나올 건데요. 어떻게 할까요?"
< 이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