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명주 기자] 연예계 데뷔 5년차의 ‘중고 신인’ 정이안은 올해 한국 나이로 31살인 남자배우다. 적지 않은 나이와 신인이라기에는 애매한 연기 경력을 갖고 있다.

‘연예인’ 정이안이 가진 장점들은 무척이나 많다. 그는 186cm에 달하는 큰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 배우 겸 모델다운 잘 단련된 몸매 등 뛰어난 프로포션을 지녔다. ‘인간’ 정이안으로서도 그는 여성들이 호감을 느낄만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공무원 아버지 밑에서 말썽 없이 반듯하게 자랐고, 수능 상위 4%를 기록했을 정도로 공부도 잘해 현재 한양대 공대에 재학 중이다. 성격 역시 진중하고 소탈해 함께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 소위 말하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인 셈이다.

그렇지만 정이안에게는 아직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다. MBC 드라마 ‘소울메이트’ 등을 비롯한 각종 드라마와 CF에서 얼굴을 알렸지만 그를 알아보는 팬들은 거의 없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에 그를 검색하면 “‘정이 안’ 가는 직장 동료 어떻게 하나요?” 같은 게시글만 잔뜩 보인다. 본인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번 드라마 QTV ‘여자는 다 그래’에 거는 기대와 노력이 그만큼 큰 이유다.

그에겐 너무나 특별한 드라마 ‘여자는 다 그래’

케이블 채널 QTV가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 ‘여자는 다 그래’는 세 명의 여주인공을 통해 ‘여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정이안은 극중에서 뉴욕 유학파 출신의 '훈남' 마케팅팀 과장 김준우를 맡아 여주인공들과 로맨스를 이룬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그는 “굉장히 여자를 좋아하는 인물이긴 하지만 바람둥이는 아니다. 김준우는 극중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말처럼 쿨하고 매력적인 남자”라면서 “작가가 김준우에 대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자는 다 그래’는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감독’으로 잘 알려진 정흠문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정흠문 감독과 정이안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그는 “정흠문 감독과는 ‘로맨스 헌터’에서 ‘재연남’을 연기할 때 만난 적이 있다. 드라마 종영 후에도 계속 연락하면서 지냈다. 사실 ‘여자는 다 그래’ 미팅이 있기 전만 해도 정흠문 감독이 이번 드라마를 하는지 몰랐다. 미팅 때 날 보시더니 ‘내가 불렀다’고 말씀 하시더라. 그 때까지만 해도 역할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주고 별 말씀 없었는데 며칠 있다가 연락 와서 ‘열심히 해라’라고 했다“며 신기해했다.

‘바람둥이’ 같은 캐릭터에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내가 밝고 장난기가 많은 타입이 아니라서 김준우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연기를 계속 하다 보니 점점 준우가 돼가고 있다”며 “(상대배우인) 오주은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동갑내기인데 배울 점이 많은 친구”라고 밝혔다.

‘욕심’ 버리니 ‘작품’ 따라 오더라

정이안의 본명은 이문섭이다. 연예계 데뷔 당시에는 이문섭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케이블 채널 슈퍼액션의 ‘KPIS’ 주연을 맡으면서 정이안이란 예명으로 연예계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데뷔 5년차, 별다른 성과가 없어서 조급하진 않을까. 그는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지난해까지만 해도 되게 조급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배우는 조급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획사를 옮기면서 일 년 정도 (일을) 쉬었는데 쉬면서 오히려 조급함이 사라졌다. 마음을 비우니까 역할도 들어오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정이안은 유독 플레이보이 느낌의 역할을 많이 맡은 배우이기도 하다. 이번 ‘여자는 다 그래’도 그렇지만 첫 주연 작품인 슈퍼액션 ‘KPSI’도 그렇고, 데뷔작인 MBC ‘소울 메이트’에서도 주인공을 유혹하는 남자를 연기했다. 부담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그런 걸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연기하는 게 배우이니까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플레이보이’ 전문 배우로 통하지만 그는 사실 연애를 잘하는 타입은 아니란다. “여자 친구가 없다. 인기 없는 스타일인 것 같다. 시골에서 자라서 타인에게 늘 예의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여자들은 싫어하더라. 정말 여자다운,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한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손예진이 연기한 캐릭터가 딱 내 이상형”이라며 웃었다.

이병헌 같은 배우 되는 게 소원이야

그가 가장 닮고 싶은 배우는 누구일까. 이 질문을 받자 정이안은 눈빛을 반짝거렸고 목소리는 무척이나 커졌다.

그는 “이병헌 선배를 정말 좋아한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이전 작품에서도 늘 빛이 났다. 호소력 짙은 이병헌의 눈빛을 닮고 싶다. 그냥 그 자체로도 그림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욕심나는 배역에 대해서는 “정말 사이코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예를 들자면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황정민이 맡았던 깡패를 들 수 있겠다”며 “새하얀 스케이트장에서 이병헌에게 총 맞는 장면이 있는데 그 연기에 정말 감동해서 몇 번이고 다시 봤다. ‘추격자’의 하정우 역할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내공을 더 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배우답다”는 말을 들어보는 게 목표라는 배우 정이안.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행보를 보니 그 꿈이 머지않았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그의 이번 드라마 ‘여자는 다 그래’는 30일 밤 11시 E채널에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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