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래 IT팀장

세계 최대의 IT기업 휴렛팩커드(HP)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다. HP는 28일(현지시각) 스마트폰의 효시 격인 미국팜(Palm)사를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 세계 IT업계를 경악시켰다.

팜은 현재는 아이폰과 블랙베리에 눌리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력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업. 미국 증시에서는 팜의 기술력과 HP의 자금력이 결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synergy·결합)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한다.

뿐만 아니다. 세계 2위의 PC업체인 델컴퓨터, 세계적인 '넷북'(휴대용 노트북) 선풍을 일으킨 아수스·에이서, 중국의 대표적인 PC제조업체 레노보 등 PC 기반의 IT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추진, 한국 휴대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 PC 기반 기업들은 같은 PC 계열인 애플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며 떠오르는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애플 모델' 꿈꾸는 HP

미국 증시는 HP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HP는 2008년에도 무려 139억달러(15조5000억원)를 투자해 세계 2위의 IT컨설팅 기업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스(EDS)를 인수했다. 그런 HP가 달랑 12억달러를 들여 가장 떠오르는 시장에 진입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에 비해 무려 35%나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의 투자회사 '킹&어소시에이츠'의 로렌스 해리스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구글애플이 뛰어든 시장을 HP가 무시한 것은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팜의 소프트웨어와 세계 1위의 PC·프린트 제조업체인 HP의 하드웨어가 결합할 경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HP가 한국이나 대만의 휴대폰 기업처럼 외부 운용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확보해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HP의 구상에 팜이 최적의 파트너라는 것이다. 게다가 팜은 그동안 명성에 걸맞지 않게 부진했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팜 프리(Pre)· 픽시(Pixi)를 연속 히트시키며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HP의 토드 브래들리 부사장은 "팜의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HP의 모바일 전략에 최적인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며 "HP의 가세로 더 많은 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이 팜의 스마트폰으로 몰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PC 기업들의 영역 침범 갈수록 확산

세계 2위의 컴퓨터 제조업체 델컴퓨터, 대만의 대표적인 PC기업 아수스·에이서, 중국 최대의 PC 기업 레노보 등도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세계 전자전시회) 등 굵직굵직한 전시회에서 스마트폰 제품을 공개하고 구체적인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갈수록 성장성이 악화되는 PC업계로서는 유일한 탈출구인 스마트폰 시장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용체제를 탑재한 뒤 상대적으로 고급 스마트폰 진출이 적은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델컴퓨터는 최근 잇따라 인터넷 블로그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스마트폰 제품들을 공개했다. 미국의 통신업체 AT&T는 델컴퓨터의 스마트폰 판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델은 제품 규격화와 글로벌 구매망을 통해 양질의 제품을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을 활용, 브라질과 중국 등 신흥시장에도 조만간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 휴대폰 기업 '산 넘어 산'

델컴퓨터와 HP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은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기업에 또 한 차례 시련으로 닥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애플에 밀려 고가(高價) 시장을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자칫했다가는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은 애플에, 중저가 휴대폰 시장은 델컴퓨터와 HP가 전 세계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붕어빵 찍듯이 찍어내는 저가형 스마트폰에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찬반토론] 구글 vs 애플, 스마트폰의 최종승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