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니를 찾아서'는 한 열혈 태권도 관장의 이야기다.
경기도 안산에서 한국체육관이라는 태권도도장을 운영하는 인호(유준상 분)는 딸아이를 하나 둔 평범한 가장이다. 욱하는 성격이 흠이라면 흠. 외국인 노동자와 시비가 붙은 취객을 말리다가 싸움에 휘말리기도 한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국가대표 초청 시범공연을 열게 되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공연을 지켜보던 '로니'라는 방글라데시인이 대련을 신청하고, 인호는 동네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로니의 카운터펀치를 맞고 실신 KO당한다.
망신을 당한 인호는 복수의 칼날을 간다. 로니를 찾아 동네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닌다. 사범에게 도장을 맡겨놓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로니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러다가 그의 친구 뚜힌을 만나게 되면서 여러 가지 해프닝이 벌어진다. 영화 제목 그대로 '로니를 찾아서'다.
이 영화는 태권도를 소재로 하지만 태권도 영화는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충돌을 그리고 공존을 이야기한다.
외국인에게 이유 없는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호감을 가진 사람들도 나온다. 인호는 별 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부류.
그러다가 로니를 찾아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서게 되고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영화 '로니를 찾아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공존하는 우리의 자세를 한 번쯤 되새겨보게 한다.
흥미 있는 것은 태권도장 관장인 '인호'라는 캐릭터다. 태권도장 관장인 인호는 가진 건 없지만 '마지막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 우리들과 꼭 닮아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방심하잖아"라는 아내의 위로에도 태권도 고수인 자신이 KO를 당했다는 사실에 이를 간다. 도장도 팽개치고 오직 로니의 행적을 찾아 나선다.
아내가 일을 나가는 것도 싫다.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처지지만 아내가 미용실에서 일하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 방글라데시 사람들과 언쟁이 오가자 이들을 끝까지 쫓아가 불법체류자로 신고도 한다. 가진 건 없지만 그 잘난 자존심이라도 없으면 살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인호가 태권도복을 입고 등장하는 건 초반 몇 분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는 영화 속에서 태권도를 사랑하는 태권도인으로 그려진다. 도장을 운영하는 얄미운 친구를 찾아가 대련을 신청해 때려눕히고, 길거리에서 품새 동작을 물어보는 아이를 위해 차분히 시범까지 보여준다.
열혈 태권도인이 타인과 공존하는 방법을 깨우쳐나가는 이야기 '로니를 찾아서'. 마지막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추천하고픈 영화다.
이교덕 태권도조선 기자 doc2ky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