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이스라엘연구소 소장) = 유대인과 아랍인 모두가 자랑하는 조상은 아브라함이다. 심지어 전 세계 기독교인들도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여긴다. 구약성경이 증명하는 유대 민족의 역사는 한 유목민 가족의 동반이민에서 시작한다.

아브라함은 메소포타미아의 중심 도시요 수메르 문명의 요람인 우르(Ur)에서 살았다. 히브리인이란 말은 동사 ‘아바르’에서 유래한 즉 건너온 사람들-티그리스강과 유브라테스 강을 건너온-이란 뜻이다. 오늘날의 이스라엘도 이민자들이 세운 국가가 된 것은 흥미있는 사실이다.

아랍인은 어떻게 시작됐는가.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지 10년이 지나도록 기다리던 자녀출산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아내 사라는 당시의 문화적 관습을 따라 자신의 여종 하갈을 첩으로 남편에게 제공(?)했다. 첩 하갈이 낳은 아들 이스마엘이 오늘날 아랍인의 조상인 이스마엘(Ishmael)이다. 그는 동생 이삭(유대인의 조상)이 살던 가나안 땅을 떠나 동방으로 가서 살았다. 아랍민족이 받은 복도 적지 않다. 오일머니와 이슬람교의 번창은 문명충돌을 염려하게 됐다.

이스라엘(Israel)이란 이름은 유대인의 조상이었던 이삭의 쌍둥이 아들 에서와 야곱 중 야곱이 신으로부터 받았던 이름이었다. 형 에서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외삼촌 집으로 피난을 갔다. 거기서 21년을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에 형과의 만남을 앞두고 하나님과 싸운 씨름에서 이기고 받은 이름이었다. 이스라엘 그 이름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이다. 쌍둥이로 태어나 장자의 상속권을 형에게 빼앗기기를 몹시 싫어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형으로부터 장자권을 양도받고 싶어 했다. 기회다 싶은 날이 찾아왔다. 사냥을 좋아하던 에서가 나갔다 돌아와 허기에 지쳐있었다. 먹을 것을 찾는 에서에게 팥죽을 손에 쥐고 있던 야곱이 장자의 권리(right)를 주면 팥죽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에서는 배고파 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 장자의 권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언약을 하고 말았다. 이 때만해도 에서는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아버지 이삭이 임종이 가까워지자 장남인 에서를 불러 장자의 복(몫)을 챙겨주려 했다. 그래서 즐겨 드는 별미 음식을 준비해 오라고 말했다. 이것을 안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을 불러 아버지께서 형에게 장자의 복을 주실 모양인데 준비하라고 일러준다. 야곱은 두려워했다. 형은 털이 많은 사람이고 자신의 피부는 매끈한데 비록 노안으로 눈이 어두워진 아버지시지만 금방 알아차릴 것이고 그 결과는 장자의 복은커녕 저주가 내려질 것이라고 사래를 쳤다.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을 설득했다. 양털을 주요 부위에 붙이고 준비한 음식을 들고 나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혹 저주 받을 일이 생기면 친히 감당하겠다며 격려했다. 아버지 이삭은 음성은 야곱인데 피부는 에서라는 흐릿한 판단 속에 장자의 복을 야곱에게 내린다. 들에서 돌아온 에서는 정성껏 별미를 준비하고 아버지께 나아갔는데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대성통곡하며 남은 복이라도 달라는 에서에게 아버지 이삭은 동생을 섬겨야 복된 삶을 살 수 있다고 타이르셨다. 그리해 에서는 오늘날의 요르단에 있는 페트라를 중심해 그곳에 정착해 살게 된다.

아브라함이 86세에 낳은 아들이 이스마엘이고 이삭은 100세에 아내 사라가 낳은 아들이었다. 따지고 보면 적자(適者)와 서자(庶子)의 차이였다. 하지만 신앙의 차이이기도 하다. 아랍민족의 유대인에 대한 적개심의 근원은 아마도 빼앗긴 장자권일지 모른다. 그리고 서자로서 당한 억하심정일수도 있다.

문제는 화해와 용서를 모르는 분노는 삶이든 민족이든 이성을 잃게 만든다. 과거를 정리하고 이제는 자신들이 받은 고난과 고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같은 아버지 아브라함의 후손인 유대인들이 당한 고난과 고통도 이해하고 공존의 길을 찾기를 기대한다. 지구촌의 화약고 중동에 평화의 비둘기를 날릴 수 있는 사람은 이스라엘과 이스마엘 두 당사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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