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광민 기자] '코리안특급' 박찬호(37)가 예상치 못한 '설사'라는 말 한마디로 뉴욕 양키스 클럽하우스의 주인공이 됐다.
박찬호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구원 등판해 3이닝 무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전 경기에서 패전을 당했지만 곧바로 승리투수가 되자 현지 언론도 박찬호에게 관심을 가졌다.
이날 박찬호는 인터뷰에서 "설사를 많이 했고, 감기 증세도 조금 있었다. 기침도 많이 나왔고, 가슴도 아팠고, 탈수 증세까지 있었다"고 뒤늦게 당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리고 이 동영상은 인터넷에 퍼져 한국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고, 미국에서도 현재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16일 양키스 홈구장인 뉴 양키스타디움 클럽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양키스의 몇몇 선수들이 박찬호의 '설사인터뷰'를 자신의 노트북을 통해 보고 있었다. 박찬호의 동영상을 돋보이게 만든 웃음의 주인공 투수 조바 체임벌린도 동료들과 함께 '설사 인터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왜 양키스 선수들이 그토록 배꼽을 잡으며 웃었을까. 이유는 2가지다. 먼저 솔직한 단어 표현 때문이었다. 뉴 양키스타디움에서 만난 '엠엘비닷컴(MLB.com)' 양키스 담당 브라이언 호치 기자는 "보통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몸이 안 좋다, 피곤하다, 휴식이 필요하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날 박찬호는 너무도 솔직하게 답변을 해서 주변에 있던 선수들이 크게 웃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치는 "나도 곁에서 들었지만 박찬호에게 실례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글을 남기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는 말을 듣고 나도 동영상을 다시 찾아 보았다"고 말했다.
마리아노 리베라는 박찬호가 인터뷰 하는 동안 뒤에서 지켜보며 웃음을 지었다. 리베라는 "보통 몸이 조금 아팠다, 많이 아팠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날 (박)찬호는 너무 솔직하게 '설사'를 했다고 말해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웃었다"고 말했다.
만약 본인이 박찬호처럼 아팠을 경우 "설사했다"라고 말할 거냐는 질문에 "노(No)"라고 말한 뒤 "나는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둘째로는 짧은 시간 동안 박찬호가 "설사했다"는 표현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해 더욱 더 재미있게 들렸다.
동영상에 얼굴은 비추지 않았지만 가장 크게 웃었던 조바 체임벌린은 "지금 다시 생각만 해도 너무 재미있다.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솔직한 대답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며 "내 기억에 박찬호가 인터뷰 초반 10초 동안 '설사했다'는 단어를 4차례나 이야기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웃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체임벌린은 박찬호의 발언을 듣고 클럽하우스 바닥을 뒹굴었다고 한다.
양키스 팀내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인 닉 스위셔는 아예 박찬호 동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보고 있었다. 양키스 클럽하우스 내 자신의 락커룸 우측 상단에 걸린 노트북에 박찬호 동영상을 틀어 놓고 동료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옆 자리의 브렛 가드너에게 가서 직접 틀어 주기도 했다.
스위셔는 "나 역시도 곁에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엄청 크게 웃었다. 찬호의 솔직한 표현에 쓰러졌다. 덕분에 동료들이 경기 후 많이 웃게 되었다"며 "나는 찬호의 솔직한 표현이 맘에 든다"고 밝혔다.
경기장에 만난 뉴저지 지역 언론인 'NJ닷컴' 양키스 담당 기자인 마크 크레그 역시 "선수들이 모두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찬호의 경우 팀에 뒤늦게 합류해 선수들과 친해질 계기가 부족했다. 그러나 동영상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박찬호에 대해서 많이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찬호 역시 '설사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묻자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며 웃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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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