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권위적'은 다른 뜻이다. 평소부터 위엄을 인정받는 게 '권위'라면, 실제로는 아니면서 있는 척 강압하는 게 '권위적인' 태도다.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를 분류한다.

삼성 불펜투수 정현욱의 '권위'가 팬들에게 어필했다. 짧은 동영상 하나가 이곳저곳 웹사이트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삼성이 한화전에서 16대3으로 대승한 직후의 사건이다.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돌아오면서 벤치 멤버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정현욱은 모 후배선수가 웃으면서 지나가자 눈을 부라리며 "야, 웃음이 나오냐!"라고 짧고 인상적인 멘트를 했다. 곁에 있던 다른 선수들도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TV 화면에 정현욱의 입모양이 정확히 잡혔기 때문에 누구나 확인할 수 있었다. 자축 장면에서 뜻밖에 강렬한 코멘트가 나온 것에 대해 삼성 뿐 아니라 타 팀 팬들까지 "역시 정현욱이다", "정현욱은 그럴 자격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흥미와 함께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승리했는데도 정현욱이 정색한 표정으로 후배를 나무란 이유는 대충 윤곽을 잡아보면 이렇다. 삼성은 그날 경기 전까지 5연패 상태였다. 모처럼 승리하며 기운을 차렸지만, 아직 희희낙락할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삼성은 그날 9회 마지막 수비때 집중력을 잃으며 불필요한 1점을 내줬다. 투수 최고참인 정현욱은 후배들에게 흐트러지지 말 것을 주문한 셈이다.

정현욱은 21일 전화통화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 일 때문에 여기저기서 얘기를 들었다. 사실 딱히 어떤 의도가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냥, 분위기도 안 좋은데 실실 웃고들 들어오길래 그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말한 것일 뿐이다."

삼성은 21일에도 역전승부를 펼치며 8대3 강우콜드게임승을 따냈다. 평소 열정적인 훈련태도로 유명한 정현욱의 '권위'가, 아주 조금은 영향이 있었다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