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내 출시된 BMW 신형 5시리즈는 독일 고급 차 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아시아 시장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것을 그 어떤 말보다 강렬하게 보여준다.

구형보다 길이는 58㎜, 폭은 14㎜ 늘어났다. 7시리즈라 해도 믿을 만큼 당당하다. 엔진 출력은 높아졌지만 연료 소모는 줄었다. 수입 고급 차 중 최고 수준인 8단 자동변속기가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됐다.

그런데도 값은 오히려 낮아졌다. 기본 모델인 523i컴포트(배기량 3L·최고 출력 204마력)는 5990만원으로 6기통 엔진을 단 5시리즈 가운데 국내 최초의 5000만원대 모델이 됐다. 주력 모델인 528i (3L·245마력)는 6790만원으로 구형보다 100만원 저렴해졌다. 최고급형 535i(3L 터보·306마력)는 9590만원.

주력 모델 528i는 기본형보다 800만원 비싸지만 최고 출력이 240마력대로 BMW '실키 식스(6기통 엔진의 엔진 회전이 비단결처럼 매끄럽게 올라간다 해서 붙은 말)'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또 10.2인치 초대형 내비게이션, 대형 선루프, 주행 정보가 앞유리창에 투사(投射)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편의 장비도 호화롭다. 심지어 연비(L당 10.9㎞)까지 좋다.

지나치게 물질적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성공과 '멋'을 함께 과시하면서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BMW의 특성까지 즐기고 싶다면,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없다. 신형 5시리즈는 말 대신 차량 자체로 매력을 표현한다.

굳이 단점을 지적한다면 8단 자동변속기가 중저단에서 오르내릴 때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 달리는 맛까지 렉서스 GS350, 현대차 제네시스 같은 아시아권 고급차와 비슷해졌다는 정도다. 중국과 한국 소비자가 이미 BMW에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이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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