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별신굿 탈놀이, 통영오광대, 수영야류, 양주별산대놀이, 봉산탈춤, 북청 사자놀음…. 이름은 익숙한데 막상 내용을 이야기해보라면 머뭇거리게 되는 우리 탈춤들을 그림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다. 여러 탈춤 중에서도 '중요 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탈춤 열한 가지를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보리 제공

'야류'라고 하는 들놀음은 낙동강 동쪽 지역인 부산 지방 사람들이 정월대보름에 농사가 잘 되길 빌며 세시 놀이로 즐기던 탈춤이다. 길놀이, 춤놀이, 탈놀이, 뒤풀이로 이어지는 마을 축제의 한 부분으로 여러 대에 걸쳐 토박이들이 놀이를 이끌어왔다. 수영강 일대에서 생겨난 '수영야류'는 정초부터 집집마다 돌며 지신밟기를 해서 놀이에 드는 돈을 마련했다. 신성한 곳에서 탈을 만든 다음, 탈을 모시고 고사를 지냈다. 수영야류는 양반들이 엉터리 시를 짓고 노는 '양반 과장', 무엇이든 잡아먹는 괴물 '영노'가 나타나 양반을 잡아먹는 '영노 과장', 바람난 영감에게 따지고 드는 할미를 영감이 발로 차서 죽이는 '할미 영감 과장', 사자가 범을 잡아먹는 '사자무 과장'으로 이루어진다. 과장(科場)은 연극의 막에 해당한다. 수영야류의 모든 탈놀이가 끝나면 놀이패는 구경꾼들과 하나가 되어 남은 흥을 춤으로 푼 다음 썼던 탈을 모두 모아 불태우면서 복을 빈다.

경남 통영 지역에서 발달한 '통영 오광대'는 봄놀이나 단풍놀이 때 일반 백성들이 광대들과 어울려 한바탕 즐기는 놀이다. 문둥탈, 풍자탈, 영노탈, 농창탈, 포수탈의 다섯 과장으로 이루어지는데, 첫 과장인 문둥탈은 못된 짓을 많이 한 조상 탓에 양반인 그 자손이 문둥이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조선후기의 계급 차별과 양반의 횡포에 대한 비판을 강하면서도 재치있게 풀어낸 놀이로, 문둥탈의 신명나는 소고춤이 특히 유명하다.

2008년 1월 '살림살이'로 시작해 '전래놀이', '국악기', '농기구'로 이어진 '겨레 전통 도감'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다.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는 듯한 은근한 색조로 탈춤의 각 과장을 그려낸 90여점의 그림과 세밀하게 그려낸 탈 그림 129점이 돋보인다. 도감(圖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