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에 대비한 지하벙커의 모습

지구 종말을 다룬 영화 ‘2012’에는 엄청난 갑부나 권력자들만이 재난을 피할 수 있는 배에 오르는 모습을 묘사했다. 지구 종말의 재난을 피할 수 있었던 이들은 대부분 이 배를 건조하는 일을 주도하거나, 거기에 투자한 이들이었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이런 발상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회사가 있다.

미국 공영방송 NPR 등 외신들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비보스 그룹(Vivos Group)’이라는 업체가 최근 핵전쟁이나 대규모 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민간용 지하 벙커를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면적 1858㎡ 규모의 복층 구조로 된 이 벙커는 음식과 연료, 옷가지와 의료 및 보안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벙커 하나당 수용인원은 200여명. 이들이 1년을 버틸 수 있는 음식과 연료도 저장돼 있다.

이 벙커는 내부 발전시스템과 비상용 배터리 저장소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받는다. 생화학 및 방사능 공격에 대비한 공기정화 시스템과 하수처리 시스템이 있어 생화학 공격과 방사선 피폭을 막을 수 있게 설계됐다. 이 벙커의 입주자들은 이 안에서 약 1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비보스 그룹은 설명했다.

이 지하벙커 하나를 짓는 데는 약 1000만 달러(111억여원)가량이 들어간다. 비보스 그룹은 이런 벙커를 약 20개가량 건설할 계획이다. 1인당 입주비는 아직 미정이다. 일단 사람들이 벙커에 들어가면 이 벙커는 자동으로 폐쇄된다. 비보스 그룹은 이 벙커 안에서 공동소유주들이 지도부를 선출, 자체적으로 벙커 운영을 맡게 한다는 구체적인 벙커 운용 계획까지 내 놓았다.

이 업체의 웹사이트(www.terravivos.com)에는 고대 마야문명에서 달력의 마지막 날인 2012년 12월 21일까지 얼마 남았는지 알려주는 카운트다운 시계가 올라와 있다. 이 회사 이름 '비보스'는 스페인 어로 '살아있는 사람들'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