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중략) 나무꾼은 사슴이 알려준대로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에 가서 몰래 날개옷을 훔쳤고, 결국에는 날개옷이 없어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선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그러나 나무꾼은 매일 밤 날개옷을 보고 싶다고 우는 선녀의 청을 이기지 못해, 선녀가 둘째 아이를 낳던 해에 선녀에게 날개옷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그때 선녀는 날개옷을 입고 두 아이를 양팔로 안은 채 하늘로 돌아가 버렸다.(이하 생략)"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줄거리이다.
법조인들은 신기한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 사소한 일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법(法)'이라는 공식(公式)에 대입해 보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직업병 말이다. 그런 직업병을 가진 필자는 얼마 전, 필자의 강의를 듣고 있는 로스쿨 학생들에게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사실관계를 기초로, '나무꾼의 형사상 죄책(罪責)'을 논해보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학생들의 답변은 다양했다. '날개옷을 훔치는 방법으로 선녀를 꽁꽁 묶어 두었으니, 감금죄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답변, '셋째 아이를 낳을 때까지 날개옷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하여 선녀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기 때문에, 강요죄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답변, '날개옷을 훔친 절도범이기는 하나, 나중에 날개옷을 돌려준 좋은 사정은 나무꾼의 형량을 정함에 반드시 참작되어야 한다'는 답변, '날개옷으로 선녀를 협박하여 나무꾼의 실력적 지배하에 둔 다음 아이까지 낳게 하였으니, 나무꾼을 간음 목적의 약취죄로 엄벌하여야 한다'는 답변 등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한 학생으로부터 필자가 염두에 두고 있던 답변이 나왔다. '나무꾼은 무죄'라는 것이다. "앞서 거론된 절도죄·감금죄·강요죄·약취죄는 물론이고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는 '피해자가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선녀는 사람이 아니기에 그 전제가 충족될 수 없다. 나무꾼의 행위는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원칙에 입각할 때, 나무꾼에게 어떠한 죄책도, 형벌도 부과할 수 없다"는 훌륭한 논리를 펼친 학생에게 필자는 보너스 점수를 부여하였다.
또 다른 각도에서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살펴보자. 이번에는 '선녀도 사람이다'라는 조건을 가정적으로 먼저 충족시켜 둔 상태에서의 문제제기이다.
경위야 어떻든 간에, 선녀와 나무꾼 사이의 혼인관계가 파탄(破綻)에 이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은데, 선녀는 나무꾼을 상대로, 또 나무꾼은 선녀를 상대로 어떠한 소(訴)를 제기할 수 있을까.
우선 선녀의 입장에서는 '나무꾼과 혼인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라고 주장하며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함과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나무꾼의 강박(强迫)에 못이겨 억지로 혼인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라고 주장하며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함과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나무꾼의 입장에서는 '선녀가 나무꾼을 버리고 하늘로 영원히 돌아가 버렸으므로, 배우자(선녀)가 악의로 다른 일방(나무꾼)을 유기(遺棄)한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재판상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앞서 거론된 '선녀의 청구'와 '나무꾼의 청구'는 '선녀와 나무꾼이 혼인신고를 했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것인데, 필자가 나무꾼을 안 만나봐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살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그러하다면 '사실혼관계 부당파기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도 한번쯤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선녀의 품에 안겨 하늘로 가버린 나무꾼의 두 아이에 대해서, 양육권 및 양육비는 어찌 처리할꼬? 필자도 좀 더 연구, 검토해 보아야겠다.
법이란 것이 실상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기 그지없는 것이지만, 알고 보면 재밌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부거리이기도 하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법'을 멀고, 답답한 대상으로만 느끼지 말고, 정말 재밌고 편하게 접근해 보시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