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발로 만든 3득점… 한화 수비진 흔들 |
SK에서 정근우는 위협적이다. 잘 칠 뿐만 아니라 매우 빠르다. 100m를 11초대에 달린다.
14일 한화와 SK의 경기가 열린 대전구장. 정근우의 빠른 발이 승부를 갈랐다.
1회초 정근우는 우전안타를 쳤다. 히트앤드런 작전이 걸려 김재현의 유격수 앞 땅볼 타구에 2루까지 갔다. 여기까지는 정해진 수순.
3번타자 박재홍이 친 타구는 공교롭게도 3루쪽이었다. 그러나 빠른 스타트를 끊은 정근우는 3루까지 진루했다. 결국 박정권의 2루타로 홈인. 좀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은 SK로서는 단비같은 득점이었다.
3회에도 그의 빠른 발이 빛났다. 선두타자로 또 다시 우전안타를 친 정근우. 김재현의 우중간 2루타 때 전광석화같았다. 느린 주자였다면 홈에 들어오기 쉽지 않은 상황. 그러나 정근우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대로 홈까지 쇄도했고, 한화 수비는 홈에 송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 SK의 리드.
한화가 1점 쫓아오자 SK는 전날 1-2 역전패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오히려 7회 '스피드 정근우'의 결정판이 펼쳐졌다. 2사 후 모창민이 좌전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갔다. 정근우 역시 좌전안타를 쳤다. 그러나 타구는 빨랐고, 깊지 않았다. 모창민이 1루에서 3루까지 내달렸다. 그러자 정근우는 빠른 판단으로 2루까지 파고들었다. 담력과 재치, 빠른 발이 조화를 이룬 작품같은 '2루타'였다. 정근우의 활발한 주루 플레이에 호투하던 한화 선발 카페얀과 수비가 모두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타격감이 좋은 김재현은 고의 4구.
2사 만루상황에서 박재홍이 짧은 좌전안타를 터뜨렸다. 탄력이 붙은 정근우는 3루를 돌아 그대로 홈까지 내달렸다. 느린 주자였으면 홈까지 달리기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정근우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결국 정근우의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 2개가 SK에게 1점을 선사한 셈.
4-1. 이날만 3득점. 정근우가 뽑은 네번째 득점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팀동료에게 여유를, 김성근 감독에게 용병술의 많은 옵션을 가져다 주었다. 또 상대팀 한화로서는 사실상 경기 포기를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