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중학교 3학년 이해림(포항 이동중·사진)군은 생각지도 못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응시한 코리아타임즈 주최 국제영어경시대회 에세이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대회 심사위원들은 해림군의 에세이를 "주제에 대한 일관성, 사례와 논거의 적절성, 내용 전개의 독창성, 올바른 문법 구사 부문에서 여느 학생들보다 뛰어나다. 현지 원어민 학생보다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학 경험 없이 독서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라 그 의미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해림군의 영어 학습법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어 영어 구문과 중요 표현 익혔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전까지는 영어 동화책을 읽고 느낀 점을 그림으로 그리고 느낌을 말하는 등 주로 책을 보면서 영어와 친해지게 됐죠."
해림군은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처음 영어를 접한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영어 동화책과 어린이 신문에 실린 영어 만화를 보면서 영어에 대한 흥미를 가졌다.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갖지 않았다. 영어책을 읽다가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바로 사전을 뒤지지 않았다. 문맥적으로 이해하고 난 후 한글로 번역된 책을 읽고 영어책을 반복해서 읽는 방법을 이용했다. '파리 대왕'부터 시작해 요즘은 '멋진 신세계' '위대한 개츠비'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해림군은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반복해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영어 구문과 표현을 익힐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영작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어학원에서 영어 독서 토론을 접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토론하면서 다른 친구들이 제 의견이 동조하고 인정해줄 때 절로 흥이 났거든요.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는 표현 어휘와 기본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영어책에 빠져들었고, 내용을 요약하고 미리 제 생각을 정리해보는 습관을 갖게 됐죠."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영어 연극 활동, 뉴스 앵커 따라 하기, 신문 기사를 읽고 영어로 의견 표현하기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영어 실력을 키워나갔다. 영어 연극을 하면서 인물의 감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배웠고, 인터넷으로 AP뉴스를 시청하고 앵커의 말을 따라 하면서 듣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해림군은 "이런 방법을 통해 글쓰기뿐 아니라 말하기, 듣기 영역까지 소홀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세이를 잘 쓰려면 다방면의 독서 필요
해림군에게 에세이를 잘 쓸 수 있는 비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어휘나 표현이 있으면 그때마다 기록해뒀어요. 통 문장으로 기록해뒀다가 영작할 때 활용하면 절대 잊히지 않거든요. 영작을 하다가 어느 순간 실력이 정체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때는 잘 쓴 에세이를 베껴 쓰는 방법을 활용했죠.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법은 영어나 한국어나 다르지 않거든요."
'잘 쓴 에세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읽는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참신한 도입이 필요하다. 다방면의 독서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해림군은 '악법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에세이 도입부에 언급하며 그에 대한 설명을 서술하는 형식으로 글을 진행한다면 읽는 사람의 흥미도 이끌어낼 수 있고 에세이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진다"고 전했다.
이번 영어경시대회의 주제는 '지구 온난화'였다. 해림군은 지구 저편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를 언급하면서 지구 온난화는 더는 특정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부각시켰다. 본론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문제와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해림군은 "에세이 분량에는 제한이 없었지만, 길고 장황한 글보다 짧지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A4 용지 한장 분량의 에세이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자나 외교관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야겠죠? 독서를 통해 문장의 구조, 표현 등을 배웠기 때문에 영어 문법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문법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돌아오는 여름방학 때 열심히 문법을 공부해 더 탄탄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싶어요."
>> 영어 에세이 잘 쓰는 Tip
1. 책을 읽다가 기억에 남는 표현은 반드시 기록해두세요. 영작할 때 아주 유용하답니다.
2. 평소에 짧은 글을 읽고 영어로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습관을 들이세요.
3. 에세이를 쓸 때는 지나치게 어려운 표현을 쓰는 것보다는 읽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잘 쓴 에세이를 한 글자로 빠트리지 않고 베껴 써보세요. 필사는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5. 영어 일기를 써보세요. 하루에 있었던 일을 기록해도 좋고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적어도 좋아요.
입력 2010.04.15.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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