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동이'가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20%에 육박하며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허준' '대장금' '이산' 등 히트 사극을 연출한 이병훈 PD의 새 작품인 '동이'는 지난 6일 6회 방영분에서 시청률 17.4%(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 다른 방송국 드라마('제중원', '부자의 탄생')을 모두 누르며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힌 것.

특히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 등장하면서 캐릭터 묘사와 긴장감 있는 전개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평가다. 조선시대 19대 임금 숙종의 후궁 숙빈 최씨(동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동이'의 두 주인공 동이(한효주)와 숙종(지진희)을 만났다.

‘동이’한효주는 지난해‘러브토닉’등 3장의 컴필레이션(편집 음반) 앨범 녹음에 참여해 직접 노래를 불렀다. 그는“스트레스받아 소리 지르고 싶을 때는 혼자 노래방에 가서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부 른다”고 했다.

동이役 한효주

"매일 2시간씩 대본 특별훈련 받아… 튀지 않는 얼굴이 오히려 장점"

"동이는 넘치는 정의감 때문에 오지랖도 넓거든요. 대본대로 연기하는데 어떤 땐 '내가 좀 오버해서 밝은가?' 싶더라고요. 근데 아직은 어리니까 오버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조용하지만 또박또박하다. 방금 전 들뜬 목소리로 궁 곳곳을 참견하고 다니던 동이 모습과는 정반대. 7일 경기도 용인 MBC드라마 '동이' 촬영현장에서 만난 탤런트 한효주(23)는 "촬영 처음엔 내 스스로 뭔가 해보겠단 생각보다 이병훈 감독님께 맡기자란 생각이 좀 강했었다"며 "하지만 이젠 '제2의 대장금'이 아니라, 그냥 저만의 '동이'를 만들고 싶어 욕심이 난다"고 했다.

동이는 노비에서 궁녀로, 숙종의 후궁 숙빈 최씨로 신분 상승하며 훗날 영조를 낳는 실존 인물이다. 조선왕조실록엔 그저 '숙빈 최씨'라고만 기록돼 있지만, 작가가 상상력이 얹어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켰다. 한효주는 "동이는 임금의 후궁이라기보단, 해맑은 미소와 영리한 머리, 따뜻한 가슴을 가진 독립적인 여성"이라고 했다.

'허준' '대장금' '이산' 등 사극 연출의 대가로 꼽히는 이병훈 PD 작품은 물론이고, 정통 사극도 처음이다. 특히 이병훈 PD의 '대장금'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동이'에서 '대장금'의 흔적을 엿보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 한효주는 "전작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면서 "그래도 잘해야죠. 잘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거듭 말했다.

정확한 대사뿐 아니라 소품, 배경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이병훈 PD의 완벽주의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한효주는 "최근까지 감독님께 하루 2시간씩 10번 넘게 대본 '특훈' 수업을 받았다"며 "'대장금'이나 '이산'의 특정 상황 속 대사를 감독님 앞에서 무한 반복하며 잘할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라고 했다.

2005년 시트콤 '논스톱5'로 데뷔해 19살이던 2006년 KBS 드라마 '봄의 왈츠' 여주인공으로 파격 발탁돼 주목을 받았던 그다. 특히 지난해 시청률 40%를 오르내렸던 드라마 '찬란한 유산'은 그에게 '왜 연기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줬다고 했다. "전 그냥 제 일을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길 가는 할머니들까지 제 손을 붙잡고 고맙다고 하시고…. 전 잘해 드린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웃음)"

여리고 선한 인상. 그래서 그가 여주인공을 맡았을 때 '무게감'에 대한 얘기도 적지 않았다. 그도 스스로 "어찌 보면 밍밍한 얼굴이고, 확 각인이 되지 않아 아쉬울 때도 있다"고 했다.

"메이크업 지우고 아무 데나 다니는데, 아무도 연예인인 줄 몰라요. 청순 글래머가 유행이라는데, 저도 드라마 끝나고 헬스 다니려고요. 하하." 그러면서도 "튀지 않는 얼굴이 오히려 모든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것 같다"며 "무리한 이미지 변신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학창 시절 '예쁘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2003년 미스빙그레 선발대회에 대상으로 입상하면서 연예계에 첫발을 디뎠다. 좋아하던 배우의 기획사 홈페이지를 찾았다가 우연히 대회 공지를 봤다는 것. 인생을 바꿔놓은 그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에, 한효주는 "그건 비밀"이라며 "죽을 때까지"라고 했다.

‘숙종’지진희에게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가족은 내 삶의 에너지이자 휴식처”라며“집에 절대 일을 갖고 가지 않기 때문에 아내가‘도대체 당신은 언제 대본을 외우느냐’고 물을 정도”라고 했다.

숙종役 지진희

“진지한 役 잘못땐 어깨 힘들어가… 시트콤 코믹연기도 해보고 싶어”

'깨방정 숙종'. MBC 드라마 '동이'에 등장하는 숙종의 새로운 별명이다. 소탈한 성격 탓에 심야 암행을 즐기고, 신하들에게도 스스럼없이 구는 임금.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선 정작 뛰는 법, 담 넘는 법도 몰라 전전긍긍한다.

배우 지진희(39)가 MBC드라마 '동이'에서 숙종(肅宗·1661~1720)을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 장희빈에 휘둘려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지던 모습은 지워지고, 이번엔 인간적으로 '있을 법한' 임금이다.

"이병훈 감독님께 숙종 제의를 받았을 때, 주변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왕 역할은 너무 평범하고 식상하지 않느냐'는 거죠. 그런데 잘 얘기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휴 그랜트가 연기한 영국 총리 같은 느낌? 바로 그거였죠."

지난 6일 6회분에서 숙종과 동이는 운명적이지만 코믹한 첫 만남을 가졌다. 음모 사건을 추적하던 숙종과 동이가 우연히 한 공간에서 마주하게 된 것. 위급한 상황에서도 "담을 못 넘겠다"며 우기는 숙종을 두고, 동이는 그의 등을 밟고 담을 넘는다. 물론 그가 임금인 줄은 까맣게 모르는 채.

1999년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지진희는 드라마 '대장금' '봄날' 등에서 주로 반듯한 이미지를 맡아왔지만, 사실 변신은 그에게 이미 구문(舊聞)이다. 2004년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부터 지난해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 그리고 최근 개봉한 코믹 영화 '집 나온 남자들'까지.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과거를 떠올리는 사람들을 모두 공감하게 하는 코미디라면 흔쾌히 해왔다"는 그는 "나같이 진지하고 멀쩡한 인간이 웃기면 코미디 효과가 배로 더 뛴다"고 했다.

"진지하고 반듯한 역할을 잘못하면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가 보이죠. 제가 처음 연기했을 때도 '이거 위험하구나' 싶었어요. 그때 확 깨닫고, '차라리 천천히 가자' 했죠."

그는 자기의 위험성을 일찍 자각할 수 있었던 배경을 '늦은 데뷔'에서 찾았다. 디자인 회사의 회사원, 사진작가 어시스턴트로 활동하다 서른이란 늦은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월급도 적고, 일은 고됐지만 그 시절 어려움을 견디고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데뷔한 지 10년 남짓, 벌써 출연작(영화·드라마)이 20여 편을 훌쩍 넘었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드문드문 일을 하기보단 아직도 못한 일이 너무 많다"는 게 그 이유. "뭔가 채워나가야지, 나눠주며 여유를 부릴 형편이 아니에요. 무슨 역할이든 맞는 역할이면 다 하려고요."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공방(工房)에 들어가 방짜유기나 도자기를 만드는 조수가 됐을 거라는 그는 "먼 훗날 이순재, 신구 선생님처럼 시트콤 속에서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했다. 변신은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