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은 인형을 뚜껑에 붙여 장식한 신라 시대 토기(土器)들이 1500년 만에 무덤 밖으로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소재구)는 8일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의 고분이 모여 있는 경북 경주시 쪽샘지구 안 B6호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적석목곽분)에서 토우(土偶)장식토기 14점을 확인하고 그 중 12점을 수습해 복원·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토우장식토기는 5~6세기 신라에서 유행한 독특한 양식의 토기로 고배(高杯·굽다리접시)의 뚜껑이나 항아리의 어깨 부위에 사람 또는 동물 모양의 토우를 장식용으로 붙이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토기들은 출토지를 알 수 없는 기증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토기도 거의 돌덧널무덤(石槨墓·석곽묘)에서 나왔다. 돌무지덧널무덤에서 출토된 경우는 1934년 조선고적연구회가 조사한 경주 황남동 109호 2곽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에 발견된 토우는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 가야금으로 보이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성기가 강조된 남자, 출산 중인 여자 등 사람 모양과 뱀·자라·새 등 동물 모양이다. 크기는 각각 5㎝ 정도로 고배 꼭지 부분에 남자와 새, 뱀과 자라, 새 2마리, 자라 2마리 등이 대칭을 이루며 붙어 있다.

박종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이제까지 토우장식토기들은 토우가 토기에서 떨어진 채 확인된 사례가 많은 까닭에 토우에 대한 미술사적 또는 민속학적 연구만 할 수 있었다"며 "이번 성과를 계기로 고분 속에 매납되는 토우장식토기의 성격과 피장자의 신분 등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쪽샘유적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적석목곽분 등 150여기의 고분 분포 현황이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발견된 찰갑과 마갑 일체는 신라시대 중장기병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이와 관련된 연구·복원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발굴조사 성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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