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드림호'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게 납치되자 청해부대는 충무공이순신함을 급파해 추격에 나섰다. 삼호드림호는 7일 밤(현지시간) 해적의 본거지인 호비요항에 입항했고, 충무공이순신함은 주변 해역에서 해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해군은 또 다른 '이순신함'(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순신함'이 두 척이 된 사연은 무엇일까.

임진왜란에서 수군의 승리를 이끌었던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의 휘하 장수 가운데 또 다른 ‘이순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말리아에서 해적을 쫓는 이순신함은 ‘충무공 이순신’의 이름을,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은 그 휘하 장수였던 ‘무의공 이순신(1554∼1611)’의 이름을 각각 딴 것이다.

해적을 추적한 충무공이순신함은 기동전단의 주력 전투함인 구축함이다. 구축함은 국민들로부터 영웅으로 추대받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짓는다. 광개토함, 을지문덕함, 문무대왕함 등을 비롯해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도 여기에 속한다. “해군이 미래에 보유하게 될 항공모함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 ‘충무공 이순신’을 아껴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해군은 구축함에 충무공 이순신의 이름을 붙였다.

해군의 충무공이순신함급 구축함(KDX-II) 1번함 충무공이순신함.

장보고급 잠수함의 이름은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 말기까지 바다에서 큰 공을 세운 인물들의 이름을 딴다. ‘무의공’ 이순신함, 장보고함, 박위(이성계를 도와 대마도에서 적선을 불태웠음)함 등이 그 예다. 2002년 림팩 훈련에 참가해 수중에서 하푼 미사일을 발사해 60km 떨어진 미군의 퇴역 구축함을 명중시켰던 ‘나대용함’도 임진왜란 당시 수군 장수의 이름을 딴 것이다.

무의공 이순신은 임진왜란 직전인 임진년(1592년) 정월에 방답진 청사로 충무공의 휘하에서 수군을 지휘했다. 1598년 경상우수사로 명량해전에 참전했다. 조선왕조실록의 선조 36년(1603년) 4월28일 기사에는 충무공이 임진왜란 때 자신의 휘하에서 공을 세운 장수들의 이름을 장계로 올렸는데, 무의공 이순신이 권준과 함께 첫머리에 올라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온다.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 7번함인 이순신함 승조원들이 출항을 위해 로프를 걷어올리는 모습.

이 외에도 해군 함정은 용도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명명법을 가지고 있다. 적의 동태를 감시하는 초계함은 중소도시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다. 지난달 침몰한 천안함과 당시 함포 사격을 했던 속초함 등이 여기 속한다. 천안함 구조·인양작업에 참여한 성인봉함을 비롯한 상륙함은 지명도가 높은 산봉우리의 이름을 쓴다.

근접 전투에 사용되는 고속정은 용맹스런 조류의 이름을 붙인다. 지난 2002년 연평해전 때 침몰한 ‘참수리’가 대표적인 예다. 새로 건조된 최신형 유도탄고속함은 예외적으로 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정의 정장이었던 고(故) 윤영하 소령을 기리기 위해 ‘윤영하함’으로 명명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