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철 기자]주전 1,2번 타자의 결장 공백을 100% 이상 메우는 동시에 쐐기 타점까지 올리며 승리에 일조했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4년 차 내야수 오재원(25)과 5년 차 외야수 민병헌(23)의 활약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재원과 민병헌은 지난 7일 잠실 한화 전서 각각 2번 타자 겸 2루수와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각각 4타수 3안타 2타점,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리며 8-2 승리에 힘을 보탰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7승 1패, 7일 현재)자리를 지켰다.

이들의 출장은 기존 주전 2루수 고영민과 중견수 이종욱의 결장을 대신한 것. 고영민은 등 근육통으로 1군 엔트리서 잠시 제외되었으며 이종욱은 타율 하락으로 인해 선발 라인업서 빠졌다. 김 감독은 "벤치에서 잠시 관찰자로 경기를 지켜본다면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재원과 민병헌을 먼저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 덕택에 7일 경기서 두산은 주전 결장 공백을 느끼지 못했다. 오재원과 민병헌은 이날 외야 한 방향으로 편향되지 않은 부챗살 타격을 선보이는 동시에 한 베이스 더 가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까지 선보이며 '두산 육상부'의 힘까지 드러냈다.

사실 이들은 미야자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거치며 다소 의기소침했던 선수들이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오재원은 장타력에서의 아쉬움으로 인해 교체 요원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범경기 초반 좋은 컨택 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던 민병헌도 유재웅에 비해 장타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백업으로 시즌을 맞았다.

주전 경쟁에서 일단 밀렸다는 점은 선수 본인에게 즐거울리 없는 일. 그러나 이들은 한화 전서 본연의 매력을 물씬 풍기며 팬들의 호평을 얻었다. 오재원은 특타 순간에도 밀어치는데 집중했던 것을 실제 경기력으로 보여주었으며 타격폼에서도 혼란이 있었던 민병헌은 공을 끝까지 주시하며 매섭게 배트를 휘둘렀다. 겨우내 쏟으며 응축했던 땀방울을 힘으로 바꾼 것이다.

경기 전 민병헌은 "상대 투구를 주시하면서 좋은 공을 노려치겠다. 반드시 안타를 때려내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전날(6일) 펑고를 받던 도중 오른손 중지가 약간 얼얼함에도 경기 출장을 위해 투지를 불태운 오재원도 "그동안 쏟은 노력을 헛되이 할 수 없다"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주전들을 대신한 '대체 카드'였지만 경기 전부터 마음가짐은 누구 못지 않게 뜨거웠던 선수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7일 경기 후 같은 교체요원 입장인 내야수 이원석은 조명이 아직 꺼지지 않은 틈을 타 몰래 구장에 나와 스윙 연습에 몰두했다. 부단한 노력은 언젠가 빛을 본다는 사실이 비슷한 입장의 선수에게도 깨우침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동안 주전을 대신한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였을 경우 두산 야구를 가리키던 수식어 중 하나는 '화수분 야구'다. 7일 한화 전서 오재원과 민병헌이 보여준 활약은 이 단어가 단순히 김 감독의 혜안만이 아니라 선수들 본인의 노력과 투지에서 비롯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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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민병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