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6일 여자 프로농구 통합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킴벌리 로벌슨의 등장 등 관전 포인트가 많았지만 막판에는 역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정은의 부상 투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정규시즌 막판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을 했으나 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압박붕대를 감고 출전해 팀의 4강 3전승 및 챔프전 1승을 이끈 모습이 커다란 감동을 안겼다. 그녀가 이처럼 두려움 없이 뛸 수 있었던 큰 힘은 동갑내기 남편인 탤런트 한상진(34)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뜨거운 형제들' 촬영 일정으로 바쁘지만 틈날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부인을 응원해온 그의 시즌 마무리 소감이 궁금하다. |
2세? 당장이라도 갖고 싶지만… 은퇴까지 기다려 주는게 외조죠 |
요즘은 출퇴근 시스템 정착…주부들도 가정 돌보며 훈련 틈나면 경기장 찾아 응원…아내 부상 참고 뛸땐 너무 독해 |
-시즌을 끝낸 소감은.
▶(결혼 8년차인데) 그동안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못한 건 한 번 밖에 없는데 우승 역시 한 번 밖에 못했어요. 옆에서 봐도 아쉬운데 본인은 얼마나 아쉽겠어요. 내년에는 아쉬움이 없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올 시즌에는 어떻게 외조했나.
▶저도 바빠서 특별히 외조라고 할 건 없어요. 그저 제 일 열심히 하다가 시간이 나면 경기장에 나가서 응원해준 것 뿐입니다. 정규시즌은 많이 못 갔고 플레이오프 때는 4강 3차전과 챔프전 1, 2, 4차전을 가서 응원했어요. 2일 챔프전 2차전 때는 꼭 우승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확실한 전력차를 딛고 1승을 거둔 것은 승리를 향한 염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트 위의 5명, 후보 7명, 감독, 프런트, 가족들이 모두 한사람이 돼 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즌을 맞아 거의 반년 가까이 자주 못 보고 살았을 것 같다.
▶대표팀에 들어가면 오래 못보지만 시즌 중에는 많이 괜찮아졌어요. 경기 이틀 전에 합숙에 들어가지만 기본적으로 출퇴근 시스템이 정착됐거든요. 선수 복지 부분에서 갈수록 좋아지는 걸 느껴요. 주부들이 가정을 돌보면서도 마음 편히 뛸 수 있게 해주니까요. 그런 변화가 외조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부상 투혼을 보며 걱정을 많이 했겠다.
▶처음 진단받을 때 병원에 같이 갔어요. 당황을 많이 했죠. 1년을 준비했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부상을 당했으니까요. 근데 경기를 뛰라고 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부담준 사람이 없었기에 오히려 편하게 한 것 같아요. 2주간 재활만 받았는데 4강 1차전 하루 전날 (이호근) 감독님께 찾아가 뛰겠다고 고집을 피웠대요.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바로 교체한다는 전제하에 투입됐는데. 첫 경기에서 30분 넘게 뛰었죠. 제가 봐도 독한 데가 있어요. 저도 많이 배워요.
-사실 여자 프로농구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다. 어떻게 생각하나.
▶10년째 여자 농구를 봐왔는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은 농구가족으로서 정말 듣기 싫어요. 과거 삼성 독주시절도 있었고, 신세계와 우리은행의 독주시절도 있었어요. 스포츠니까 언제든 이변은 일어날 수 있다고 믿어요. 이번에도 박정은이 부상을 당해 4강에서 국민은행에 질 거라는 말이 나왔지만 아니었잖아요. 올 시즌 삼성생명이 11연승을 했는데 신한은행을 포함해 10연승 이상한 팀이 2팀이나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죠. 세대교체가 더딘 건 심각한 문제죠. 노장들이 자기 관리를 잘해 오래 가는 게 후배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를 막을 수는 있다고 봐요. 그런데 한국 여자농구가 세계에서 6위 하는 종목이잖아요. 언제까지나 베테랑들만 의지할 수는 없겠지만 막상 젊은 선수들로 나갔을 때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2세 계획은.
▶저야 당장이라도 갖고 싶죠. 하지만 본인이 지금 (농구를) 그만두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데 어쩌겠어요. 뛰고 싶을 때까지 뛰게 하는 게 가장 큰 외조가 아닐까 싶어요. 올해도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가 많아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요.
-시즌이 끝났으니 하고 싶은 일이 많겠다.
▶3년간 해외여행을 한번도 못했어요. 미국 여행을 구상중이에요. 드라마 '하얀거탑' '이산' '솔약국집 아들들' '천사의 유혹' 등에 쉼없이 출연하느라 저도 너무 바빴거든요.
< 정경희 기자 gumnuri@sportschosun.com>